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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 두려움 큰 암 환자..사망위험 최대 6배 치솟는다

중앙일보

입력

암 치료 성적은 좋아지고 있지만, 환자들의 두려움은 여전히 크다. 그런데 암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사망 위험을 최대 6배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 두려움 정도와 사망률 연관성 분석 #“막연한 두려움 떨치는 것만으로도 사망위험↓”

삼성서울병원 암 교육센터 조주희 교수 연구팀은 2012년 2월~2017년 3월 악성 림프종 환자 4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을 찾았다고 11일 밝혔다. 암 재발에 대한 두려움 정도와 실제 사망률을 분석한 건 처음이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환자들에게 암 환자를 대상으로 만든 삶의 질(QOL-CS-K)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실제 환자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따져봤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한 암환자가 혈액투석기 등의 연명의료 장치를 달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한 암환자가 혈액투석기 등의 연명의료 장치를 달고 있다. [중앙포토]

그 결과 환자의 10명 중 8명(84%)은 어느 정도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답했고, 16%는 매우 심하다고 호소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이 1000인년(대상자 1000명을 1년간 관찰했을 때 발생하는 사건 수)당 사망률을 비교했더니 두려움 정도가 심했던 환자군의 경우 46.6명, 그렇지 않은 환자군은 22.3명으로 각각 조사됐다. 조 교수는 “상대적 위험도를 계산했을 때 두려움이 큰 환자의 사망 위험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2.5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다고 알려진 저위험군 비호지킨성 림프종 환자의 경우 두려움 정도에 따른 사망 위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심한 불안감을 가진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할 위험도가 6.8배로 나타나면서다. 조 교수는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사는 것만으로도 사망 위험이 큰 폭으로 치솟는다”고 밝혔다. 조사는 환자의 나이와 성별, 림프종의 세부 종류와 진행 상태 등 사망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요인을 보정한 뒤 이뤄졌다.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53세로 B세포 림프종 환자가 75.8%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평균 3년 가량의 추적 관찰기간 중 참여 환자 중 37명이 사망했는데 89.2%는 림프종이 직접적 사인이었고, 나머지 10.8%는 폐렴 등 다른 질환 탓이었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 정도는 암 환자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설문에서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지표화했더니 두려움이 큰 환자는 평균 64.3점으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은 환자(71.9점)보다 7점 낮았다. 조 교수는 “신체, 인지, 정서, 사회적 기능 또한 재발 두려움이 큰 환자군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진행성 위암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진행성 위암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중앙포토]

조 교수는 “암 환자에게 마음의 건강이 몸의 건강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힌 연구”라며 “암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는 중재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환자들을 돕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정신 종양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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