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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철에 백원우도 "조국 지시"···입 닫았던 조국, 전략 바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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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개입 의혹을 받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조국(전 법무부 장관) 민정수석의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진술 거부로 일관해 온 조 전 장관의 검찰 수사 대응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 “난 유재수 감찰 단순 의견 말해” #조국 측은 “3인 협의로 감찰 중단”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백 전 비서관은 최근 검찰에 “조 전 장관이 감찰에 관한 의견을 물어 와 의견만 전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감찰 중단 결정의 책임은 조 전 장관에게 있다는 뜻이다. 앞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도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 전 장관 측의 입장과 다르다. 조 전 장관 측은 “박 비서관, 백 전 비서관과 함께한 회의에서 (유 전 부시장 의혹은) 경미한 사안이라 판단해 담당 부처에 첩보를 전달하고 사표를 받는 선에서 종결하자고 결론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조 전 장관 측이 함께 협의했다는 두 사람이 모두 책임을 그에게 미룬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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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시절 감독 대상 업체들로부터 각종 금품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지난달 구속됐다. 조 전 장관 등이 이러한 비위 사실을 알면서도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면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조 전 장관 소환 시기를 고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 전 장관이 이번 소환조사에서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할지가 법조계의 관심사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조 전 장관이 이번에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앞선 수사는 조 전 장관의 진술과 관계없이 사실상 기소가 예견됐지만 ‘유재수 사건’에서는 박 비서관, 백 전 비서관의 진술을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게 이익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직권남용 혐의를 혼자 뒤집어쓸 이유는 없지 않느냐”며 “수사 부서와 사건 내용이 다른 만큼 전략도 달라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한편 검찰은 최근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행정관은 유 전 부시장과 여권 핵심 관계자들이 포함된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서 금융권 주요 인사에 대해 논의한 의혹을 받는다.

또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천 행정관이 감찰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와 그 경위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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