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주에 욕하고 머리 때린 본사직원···"갑질, 해고 정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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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직원이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이른바 ‘갑질’ 행위를 했다면 이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어 해고해도 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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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는 대리점주들에게 폭언과 폭행 등을 일삼아 해고당한 아이스크림 공급·제조·판매업체 본사 직원 A씨가 부당해고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대리점주들에게 폭언·폭행 일삼아

A씨는 업체 본사에 2002년 입사해 영업부의 대리로 근무하며 편의점 대상 판매 영업을 맡았다. 2018년 A씨에 대해 본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고를 통지했다.

A씨가 대리점주들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였다. A씨는 한밤중에 대리점주들에게 술에 취해 전화를 걸어 욕설과 모욕성 발언을 하거나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일삼았다. 대리점주의 아내까지 카카오톡 대화방에 초대해 모욕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A씨의 문제 행위는 폭언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 대리점주에게 “지금처럼 하면 자를 수 있다”는 취지로 말을 하며 욕을 하자 말싸움이 일었다. A씨는 상대 대리점주의 머리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또 대리점주들로부터 골프채나 시계 등을 선물 받기도 했다. A씨는 이에 대해 “한국 골프 정서상 골프채를 돌려서 사용하고 선물하는 것은 뇌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본사는 지난해 4월 ▶대리점에 대한 위협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제1 징계사유) ▶대리점에 대한 고가의 선물 요구 및 수령 행위(제2 징계사유) ▶모임에서 회사 직원을 폭행한 행위(제3 징계사유) 등을 이유로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징계절차가 잘못됐고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심판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갑질 행위, 경제적·정신적 피해 유발”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소위 ‘갑질’에 해당한다”며 A씨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갑질 행위는 상대방에게 경제적·정신적인 피해를 유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주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만들 수도 있고, 해당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게 될 수 있단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일러스트=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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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리점주들은 본사에 갑질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던 다른 기업의 사례를 들어 자신들의 피해를 호소했다. A씨의 해고를 요청하는 공식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의 갑질로 인한 기업의 손해가 현실화될 우려가 상당히 높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와 대리점주들 사이의 관계는 이미 파국에 치달았고, 신뢰관계가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본사가 A를 신뢰할 수도 없어 이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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