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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수 "연봉 300만 달러 아니면 안가"

중앙일보

입력

"싼 값에 가지는 않겠다."

현대 외야수 심정수(28)가 메이저리그 진출의 조건을 제시했다. 심정수는 지난 2일 경기도 하남에 있는 고 정몽헌 구단주의 묘소를 참배한 자리에서 "100만 달러 정도의 연봉은 큰 의미가 없다. 300만 달러는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외형에 급급해 싼값에 자신을 팔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심정수는 연봉 300만 달러를 받아야 하는 이유로 "많은 연봉을 받아야 많은 경기 출장 기회를 보장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심정수가 한국 프로야구의 간판 타자라는 자존심도 바탕에 깔려 있다.

해외진출 논의에서 그 누구보다 신중하던 심정수가 갑자기 연봉 얘기를 꺼낸 데는 2가지 정도의 배경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실제로 연봉 300만 달러에 협상이 가능한 구단이 있다는 추론이다. 이는 최근 심정수 이승엽(삼성)의 주변에서 흘러 나온 '3년 1000만 달러 ML진출설'과도 일치한다. 심정수 이승엽의 에이전시인 SFX는 탬퍼링(사전접촉)을 금지하는 메이저리그 규정에 따른 연봉 수준, 접촉 구단 등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지만 '협상안으로 3년간 1000만 달러 수준의 조건을 책정하고 있다'는 말들이 구체적으로 흘러 나온 바 있다. 심정수가 밝힌 '연봉 300만 달러'와 차이가 없다.

두 번째는 어쩌면 심정수가 내년을 준비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가정이다. 연봉 300만 달러는 SFX가 이승엽과 심정수에게 적용한 동일한 기준이지만 둘의 신분은 확연히 다르다. 이승엽이 구단 몫인 이적료가 필요없는 프리에이전트(FA)인 반면 심정수는 구단의 동의가 필요한 조건부 해외진출 자격만 갖췄을 뿐이다.

현대는 드러내 놓고 있지는 않지만 이적료를 받는다면 2001년 정민태가 일본 요미우리로 갈 때의 수준은 돼야한다는 속내다. 당시 정민태의 이적료는 4억 엔(약 40억 원). 심정수 이적료는 최소 400만 달러는 돼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되면 메이저리그 구단이 심정수를 영입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금이 700만 달러가 되는데 이 액수는 자본력이 탄탄한 구단으로서도 부담이 가는 수준이다. SFX 처지에서도 이승엽과 심정수를 놓고 한꺼번에 협상을 진행하는 것 보다는 올해는 이승엽, 내년엔 심정수로 가는 것이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심정수는 이승엽이 없는 내년 국내 최고 대우는 떼논 당상이다.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든 심정수에게는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는 점이다.

일간스포츠 = 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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