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압수수색, 철저한 진실 규명으로 이어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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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이 어제 “유재수 전 부산광역시 부시장의 감찰 중단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대통령비서실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이어서 책임자의 승낙을 받아 임의 제출 형식으로 일부 자료를 확보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 중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 사건의 수사 착수’라는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면서 이를 공개하는 이유도 밝혔다.

수색 협조는 평가받을만 하지만 #법원 영장 발부에 유감은 부적절

복잡한 외교·안보와 경제 문제로 할 일 많은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다는 소식 자체가 착잡하지만, 의혹이 제기된 이상 청와대도 성역(聖域)이 아니라는 것은 국민에겐 이미 상식이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국정 농단 사건으로 검찰과 특별검사의 압수수색 대상이 된 기억이 생생하다. 2016년 10월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청와대 연풍문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기는 했으나 결국 청와대가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해 제대로 된 수색은 하지 못했다. 이듬해 2월 박영수 특검팀의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이 또 가로막히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당시 서울대 교수)은 “판사가 들어가라고 한 것인데 거절하는 것은 스스로 법률을 어기고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범죄를 방조하고 은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직후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성실히 협조했다”고 했다. 청와대와 검찰 사이에 외견상 충돌이나 마찰 등 얼굴을 붉히는 일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또 청와대가 진실 규명에 협조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 김태우의 진술에 의존해 검찰이 국가 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하여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는 고 대변인의 말은 부적절하다. 법원의 영장 발부는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다. 청와대는 그 궁금증을 해명할 의무가 있다. 이 정부의 금융계에서 실력자로 불렸던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을 무마하려는 모종의 압력 또는 특혜가 있었는지, 대통령의 친구가 나선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청와대는 국민의 눈높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적 통제다.

청와대는 지난 정부가 하지 못했기에, 새로운 정부에게 바랐던 촛불의 요구를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과 정의를 이루려면 청와대는 법에 따른 절차에 언제든 문을 활짝 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검찰 수사에서 어떤 결론이 나와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 검찰이 강압수사를 했으니 감찰해야 한다며 수사를 방해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거나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태도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