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된 막내 이름으로 1억원 성금, 아너소사이어티 만든 착한 남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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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 전하는 우리 남매의 선물입니다." 고인이 된 막내를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만든 착한 남매가 있다. 아너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위해 만든 고액기부자 모임이다. 5년간 1억원 이상 기부하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고인 유산 1억원 이웃돕기로 기부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이름 올려 #"동생에게 전하는 우리 남매의 선물" #"생전에도 착한 품성, 모범 공무원" #

주인공은 대구에 사는 정규팔씨 등 7남매. 이들 남매는 지난 3일 대구 남구청장실에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연말 이웃돕기 성금 1억원을 전달했다. 지난 7월 폐 질환으로 고인이 된 7남매 중 막내인 정규열씨 이름으로다. 이로써 정씨는 대구에선 143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고 정규열씨. [사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 정규열씨. [사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남매는 막내 정씨가 세상을 떠난 후, 예금 등 정씨가 남긴 유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논의했다. 그러곤 '이웃돕기'를 동생의 마지막 선물로 하자고 뜻을 모았다. 남매가 이웃돕기를 정씨의 마지막 선물로 정한 이유는 생전 동생의 착한 품성을 기억해서다.

1962년생인 정씨는 1986년 경북 문경군에서 공무원을 시작했다. 이후 대구 남구청으로 옮겨, 2016년 12월까지 31년간 공무원으로 일했다. 2006년 대통령 표창 등 6개의 포상을 수상할 만큼 성실했고,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도 정기기부를 했을 만큼 생전에도 늘 이웃을 생각하며 생활했다. 행정복지센터 근무할 때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주민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늘 솔선수범해 도왔다고 한다. 민원 업무를 보기 힘들어하는 어르신이나 몸이 불편한 주민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나서 부축해 돕는 식으로다.

2018년 서울 광화문 광장 사랑의온도탑의 사랑의우체통에 500만원이 든 봉투가 발견됐다. 기부자 인적 사항을 알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중앙포토]

2018년 서울 광화문 광장 사랑의온도탑의 사랑의우체통에 500만원이 든 봉투가 발견됐다. 기부자 인적 사항을 알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중앙포토]

김찬희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담당은 "올 가을부터 남매 중 둘째 형님 등이 이웃돕기 기부에 대해 문의를 해왔고, 그러다 연말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시점에 맞춰 기부 행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고 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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