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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칼끝 靑 향하자…여당 "윤석열 악마의 손" 분노 터뜨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검찰총장)이가 대한민국 운전대를 잡고 있다.”

청와대 등 권력 핵심부를 향한 검찰 수사 강도가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윤석열 검찰이 대한민국 명운을 쥐고 있다”며 사석에서 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사태’ 이후 잠잠했던 여권의 대(對)검찰 여론이 다시금 악화하고 있다. 비위 의혹에도 여권 핵심의 비호를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유재수(55·구속)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하명수사’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관련 수사가 확대되면서다. 이런 와중에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휘하에서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했던 검찰 수사관 A씨가 지난 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대해 여권과 검찰의 시선이 상이하게 갈리면서 양측 간 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A씨 사망 사건에 대해 “고인의 사망 경위에 대해 한 점 의문이 없도록 철저히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루 뒤에는 경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A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현재 수사 중인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한 단서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반면,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에 따른 극단적 선택”으로 규정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3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사망과 관련해 검찰 수사팀의 강압수사가 있었는지, 법무부에 특별감찰 실시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해당 수사 과정에서 별건수사와 먼지털이식 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여타 인권침해 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감찰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된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깊이 숙고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 그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 경위 철저 규명”이란 검찰의 입장과 비슷해 보이지만, ‘과도한 오해와 억측’ ‘심리적 압박’ 등의 표현은 검찰 수사관행을 겨냥한 표현이란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은 최근 검찰의 수사 행태가 ‘살아있는 권력을 겨누는’ 것이 아닌 ‘일방적이고 편파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 지정 과정에서의 여야 충돌로 고발된 야당 의원에 대한 수사가 기약 없이 늘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을 콕 집어 이렇게 말했다. “패스트트랙 수사가 검찰로 이관된 지 85일이 지났다. 함흥차사도 이런 함흥차사가 없다. 윤석열 총장은 국정감사에서 ‘수사 결과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 말을 한 지도 48일이 지났다. 검찰 수사가 끝날 때는 한참 지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A 수사관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A 수사관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러한 ‘성토’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나왔다. 설훈 최고위원이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해 증거도 다 나와 있고, 수사도 마무리 단계여야 하는데 왜 기소를 하지 않는가. 윤 총장을 찾아가서 만나든지, 당에서 검찰에 대해 압박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홍영표·김종민 의원 등이 동조했다고 한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우리 당이 여기(검찰의 패스트트랙 수사)에 대해 촉구해야 하는데 왜 얘기를 하지 않느냐고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검찰이 청와대·법무부의 통제도 안 받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라 국회라도 나서서 검찰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일부 참석 의원들은 전했다.

조국 사태 때 ‘조국 비호’에 소극적이었던 당내 비주류 의원들 사이의 기류도 변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윤 총장을 ‘악마의 손’으로 비유했다. 그는 “검찰이 조국을 겨냥하고 시작한 수사인데, 지금은 눈덩이처럼 커져버렸다”며 “윤석열이 마치 ‘악마의 손’ 같다. 이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가늠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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