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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백원우 별동대’ 부인…한국당 “권력형 게이트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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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관계자가 출입하고 있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팀에서 활동하다 1일 숨진 채 발견된 검찰 수사관 A씨는 이 건물 3층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2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관계자가 출입하고 있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팀에서 활동하다 1일 숨진 채 발견된 검찰 수사관 A씨는 이 건물 3층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민정수석실의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이나 지난해 지방선거 때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공식 대응을 자제하던 청와대가 2일 오전 비교적 상세하게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민정 “억측 보도 사실 아니다” #숨진 특감반원 동료 발언도 공개 #“검찰 조사 뒤 힘들어질 것 같다 해” #야당 “산 자의 변명만 늘어” 비판

◆ “숨진 특감반원은 특수관계인 담당”=고 대변인은 “2017년께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은 5명으로 3명은 친인척, 2명은 특수관계인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전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검찰 수사관은 민정비서관실에서 소위 특수관계인을 담당한 두 명 중 한 명이라고 했다. ‘하명수사’ 의혹이 제기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별동대의 존재를 부인한 것이다. 특수관계인의 범주에 대해 청와대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수관계인의 범위가 따로 정해져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규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에서 2명에 대해 “대통령 친인척과 특수관계인을 담당한다”고 했었다.

◆ “고래고기도 민정비서관실 업무 맞다”=고 대변인은 “특감반원은 민정수석실 내 행정관으로, 수석실 내부 업무에 대해 도움을 주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 비서실장이 특감반원의 울산행에 대해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검찰과 경찰이 서로 다투는 것에 대해 부처 간 불협화음을 어떻게 해소할 수 없는가 해서 내려갔다”고 말한 데 대한 추가 주장이다. 특수관계인을 담당하는 두 명은 검경이 갈등 중인 고래고기 사건을 조사한 게 온당하다는 취지다. 당시 고인은 울산지검으로, 또 다른 특수관계인 담당 감찰반원은 울산지방경찰청으로 가서 속사정을 청취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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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대변인은 이날 오후 ‘백원우 특감반원’ 중 고인 외에 또 다른 한 명이었던 경찰 출신 A행정관의 발언도 공개했다. A행정관은 “김기현 사건에 대해 당시 전혀 몰랐고, 관심도 없던 사안”이라며 고인과의 세 차례 통화 내용과 함께 울산 방문 경위를 설명했다. 고인은 검찰 조사를 받고 난 뒤 A행정관에게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A행정관은 청와대 근무 중 총경으로 승진했고, 현재도 청와대에 재직 중이다.

◆ “울산시장 수사와는 전혀 관계없다”=결과적으로 고 대변인은 “직제상 없는 일이라든지, 혹은 비서관의 별동대라든지 하는 등의 억측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 직제령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으로, 고 대변인은 “창성동 청와대 별관의 특감반원들은 울산시장 첩보 문건 수사 진행과는 일절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 대변인의 이날 브리핑이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인지 묻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요청으로 입장을 발표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국면에 대해 청와대는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가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고 대변인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된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깊이 숙고해야 한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청와대가 변명만 나열한다고 해서 권력형 게이트의 의심을 해명할 수는 없고, 의혹만 더욱 커질 뿐”이라며 “죽은 자가 말이 없는 지금, 산 자의 변명이 늘어만 간다”고 비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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