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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죄부 대신 가짜 영수증?'…탈세 도운 기부단체 94%가 종교단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세청은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한 A기부단체를 적발해 수백만원의 가산세를 추징했다. [국세청]

국세청은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한 A기부단체를 적발해 수백만원의 가산세를 추징했다. [국세청]

A 종교단체는 연말정산 시기만 되면 바빠진다. 신도들이 세액공제를 더 많이 받기 위해 기부금을 부풀린 '가짜 영수증'을 발급해 달라고 부탁하기 때문이다. 가짜 영수증은 기부금을 낸 적도 없는 신도들의 친척에게도 발급됐다. 국세청은 이 같은 사실을 적발, A 단체에 가산세 수백만원을 추징하고, 영수증을 받은 기부자에게도 불법 공제받은 소득세 수천만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28일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조세포탈범,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등 120명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들은 국세기본법이 정한 명단 공개 대상이다.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거나 기부금 영수증 발급명세서를 작성·보관하지 않은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65개 중 61개(94%)가 절이나 교회·성당 등 종교단체였다. 나머지는 의료법인 3곳, 문화단체 1곳이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종교단체는 기부금을 현금으로 받다 보니 '기부금 부풀리기'가 일어나기 쉽다"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재발 방지 안내문을 발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단 공개된 조세포탈자 1인당 평균 탈세액 19억원

도박 사이트 등 불법 사업을 운영하거나 차명계좌 이용, 사기 등 부정행위로 세금을 내지 않은 조세포탈자 54명도 공개됐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유죄가 확정된 자들로 공개 대상자 1명당 평균 포탈세액은 19억원에 달한다. 평균 형량은 1년 11개월, 평균 벌금은 13억원이다. 공개 대상자 54명 중 12명(23%)이 실형을 선고받았고, 벌금액이 10억원이 넘는 사람도 23명(44%)으로 집계됐다.

해외금융계좌 신고 의무 위반자는 1명이었다. 다른 사람의 명의로 해외에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사실상 관리를 해 신고의무가 있었음에도 신고하지 않아 국세청에 적발됐다. 위반 금액은 79억원으로 법정소송을 거쳐 과태료 처분이 확정됐다. 해외에 개설한 금융계좌의 경우 명의자와 실질적인 소유자가 다를 때는 명의자와 실질 소유자 모두 신고의무가 있다.

국세청은 지난 2014년부터 이들 명단을 공개했다. 올해까지 공개된 총인원은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364개, 조세포탈범 178명,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7명이다.

윤승출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은 "공개 대상자들은 지능적이고 악의적인 방식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관련 범죄는 엄정하게 조사해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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