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발표후…아베 "양보 없었다, 美 압박에 韓 물러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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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입장이)매우 강경했기 때문에 한국이 물러선 것이다. "

아사히,한국 결정 직후 아베 총리 발언 보도 #"WTO 제소 절차 중단 제안때문에 길 열려" #'퍼펙트 승리' 정부 고관 발언과 같은 맥락 #"국장급 협의해도 수출규제 해결 쉽지 않아" #마이니치 "미국,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압박"

지난 22일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 직후 아베 신조 (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변에 이렇게 말했다고 일본 아사히 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한·미·일간의 협상 뒷얘기를 소개한 기사에서다.

한국 정부의 최종 결정을 이틀 앞둔 20일께부터 미국을 통해 ‘한국측의 복수의 타협안’이 일본정부에 전해졌다고 한다.

당초엔 ‘수출규제는 지소미아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했던 일본이 응할만한 방안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한국이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제기했던 WTO(세계무역기구)제소 절차를 보류하겠다는 양보를 해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그래서 (국장급 협의라는)양국 협의를 위한 길이 열렸다”고 했다.

앞서 산케이 신문은 23일자에서 “거의 이쪽의 퍼펙트 게임이다(일본이 퍼펙트로 이겼다)”는 일본 정부 고관의 발언을 전하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 중지 뿐만 아니라 일본측의 예상을 뛰어넘어 한국이 수출규제와 관련된 WTO제소 절차까지 보류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유지하면서도 국장급 정책대화를 재개하는' 최소한의 선에서 한국측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 유례를 이끌어냈다’는 분위기다.

2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결국 국장급 협의에 응하기로 했지만 이 과정에서 아베 총리는 “지소미아와 수출관리 문제는 엮으면 안된다. 절대로 양보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향후 수출규제를 둘러싼 양국 국장급 정책대화가 열리더라도 양측이 이견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닛케이는 예상했다.

‘(수출 규제 문제 해결을 위해선)한국 국내에서 법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의 말을 인용하며 닛케이는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강화를 유지하겠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장급)정책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수출관리 강화 조치 철회의)요건을 한국이 채우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요미우리 신문도 “무역 당국간 국장급 정책대화엔 미국이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을 여지가 적다”며 “수출규제가 해제되지 않으면 한국내에 지소미아 종료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한국 정부로선 어려운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과 관련해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서 “미국은 주한미군의 일부를 축소하는 안까지 거론하며 한국측에 양보를 압박했다”고 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18~19일 미국을 방문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마지막으로 설득했던 이는 매튜 포틴저 미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이었다고 한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매튜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매튜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신문은 “주한미군 일부 축소까지 언급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이 21~22일 열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김 차장을 통해 전달됐고,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21일 밤 강경화 외교장관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설득을 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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