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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부 대북제재 때, 트럼프 "김정은은 내 친구" 격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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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인권 문제로 미 재무부가 북한 인사 3명을 제재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내 친구"라고 표현하며 격분한 사실이 익명의 고위 관리가 쓴 신간을 통해 공개됐다. 익명의 미 정부 고위 관리가 19일(현지시간) 출간한 책 '경고'(Warning)에는 북한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다양한 뒷얘기가 담겨있다.

익명 저자, 트럼프 행정부 뒷얘기 책으로 써 #"트럼프, 김정은 집권 관련 '그는 보스' 감탄" #싱가포르 정상회담 관련 "내부선 어리석다 평"

이 책에는 북한과의 비핵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 행정부가 북한에 더 압력을 가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터뜨렸다"는 뒷얘기를 전했다. 이 고위 관리는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NYT) 익명 기고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고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재무부가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북한 인사 3명을 제재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에 분노해 "누가 이랬냐"고 추궁하며 격노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12월 10일 당시 재무부가 북한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정권 핵심 인사 3인에 대해 인권유린 책임을 물어 제재를 가한 일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책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젊은 독재자'에게 매료돼 김 위원장의 집권과 관련해 "아버지가 숨졌을 때 25~26세밖에 안 된 남성 중에 몇이나 이 터프한 장군들을 장악했겠느냐. 그는 보스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을 가리켜 "놀랍다. 그는 고모부를 제거하더니 이 사람을 쓸어버리고 저 사람을 쓸어버린다. 이 녀석은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익명의 미국 고위 관리가 쓴 책 '경고'(warning)가 19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서점에 진열돼 있다. [EPA=연합뉴스]

익명의 미국 고위 관리가 쓴 책 '경고'(warning)가 19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서점에 진열돼 있다. [EPA=연합뉴스]

저자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내부에선 어리석은 행보로 평가됐다는 뒷얘기도 전했다. 저자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최대 압박 전략에 안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노선을 오래 유지하지 않고 최고위 참모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과의 합의를 이루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등 대북 특사단과의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만나기를 원한다는 보고를 받은 뒤 즉석에서 김 위원장과 대면하겠다는 데 동의했던 상황을 회고했다.

저자는 이날을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 독트린이 발현된 날'로 규정하며 국무부와 국방부의 고위 관료들을 포함한 참모진들은 "허를 찔렸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겉으로는 북미정상회담 수락을 한반도 긴장 완화 가능성을 높이고 비핵화 협상 희망을 만들어내는 흥미진진한 돌파구처럼 묘사했지만 내부적으로 "우리는 그것을 매우 어리석다고 생각했다"고 저자는 전했다.

또 저자는 "'의도적 못 본 척하기'가 적성국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설명하는 가장 타당한 방식"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비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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