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보청기를 차는 장군이 있다. 그가 단지 나이가 많아 보청기를 찾은 게 아니다. 난청은 수십 년 동안 탱크를 타며 전장을 누빈 그에겐 '직업병'과 같다. 한ㆍ미연합군사령관이자 주한미군사령관인 로버트 에이브럼스 미국 육군 대장 얘기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15일 양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한 채 한ㆍ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한 모습이 목격됐다. 그의 보청기는 안경테의 귀걸이처럼 생겼고, 귓불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투명 플라스틱 튜브로 만들어진 리시버는 외이도(外耳道ㆍ귓구멍 어귀로부터 고막에 이르는 ‘S’ 자 모양의 관(管))에 쏙 들어간다. 곁에서 봐도 어지간해선 보청기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 소식통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보청기는 주한미군 안에서 '비밀 아닌 비밀'”이라며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보청기 착용을 숨기진 않지만, 그렇다고 널리 알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중요한 회의나 행사 때 보청기를 찬다. 이 소식통은 “늘 전쟁을 치르는 미군에선 난청 환자가 꽤 많다”며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대장으로 진급하기 전 엄격한 심사를 거쳤다. 미군에서도 그의 난청을 심각하다고 보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기갑병과 출신이다. 1982년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미 육군의 주요 기갑부대를 거쳤다. 기갑부대에서만 중대장부터 사단장까지 오른 ‘정통 기갑인’으로 유명하다. 걸프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 90년 이후 미국이 벌인 모든 전쟁에 참전한 경력이 있다. 동성훈장 등 훈포장 13개를 받았다. 사단장이 돼서도 장병과 탱크를 타는 걸 마다치 않았다고 한다.
기갑병과 출신 육군 관계자는 “훈련할 때 오랜 기간 폭발음에 노출되면서 심한 난청을 겪는다”며 “난청 정도가 심각한 경우 보훈 대상자로 지정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공준 영남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고성(高聲)은 소리를 듣는 섬모라는 세포를 망가뜨린다”며 “포병이나 기갑병과에 난청이 많으며, 소총 사격 때문에 난청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사격을 할 때 반드시 이어플러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갑병과의 경우 좁은 포탑 안에서 울리는 포성과 엔진 소리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공 교수는 “소음성 난청을 가진 사람은 노인성 난청이 보통(60~70대)보다 빨리 올 수 있다”며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소리가 잘 안 들리지만,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체력은 20대 못잖다. 그는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자신의 트위터에 운동하는 모습을 자주 올린다. 특히 다양한 운동을 종합한 '크로스핏'광으로 유명하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