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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t당 1000원 달라"vs"연간 500억원 회사 망한다"…커지는 시멘트세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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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 있는 시멘트 제조 공장. [중앙포토]

충북 단양에 있는 시멘트 제조 공장. [중앙포토]

‘시멘트세’ 부과를 놓고 자치단체와 시멘트 업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시멘트 공장이 몰려있는 충북과 강원 등은 “시멘트 공장 운영으로 소음과 분진 피해를 본 주민을 도우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이미 석회석 원석에 연간 30억원의 세금을 내고 있어 시멘트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며 반박한다.

충북·강원 "60년 주민 피해 시민트세 신설로 해결해야" #시멘트세로 환경오염 저감시설, 주민복지 사업 구상 #시멘트 업계 "석회석에 세금 부과…이중과세 안돼"

18일 충북도에 따르면 이시종 충북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 15일 국회를 찾아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신설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 처리를 요청했다. 2016년 9월 발의된 이 개정안은 시멘트 1t당 1000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 반발로 지금껏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행정안전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19일 이 법안을 심사한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11개 시멘트 업체는 연간 5740만t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다. 이중 강원과 충북에 있는 시멘트 제조 업체 7곳에서 국내 시멘트의 93%를 생산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하면 강원도는 270억원, 충북은 200억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김기창 단양군 세정팀장은 “시멘트 공장에서 나오는 분진이나 질소산화물 등 유해물질이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지만 60여 년동안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시멘트세가 걷히면 주민복지 사업은 물론 대기환경 저감장치 설립 등 환경오염 문제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시종 충북지사(왼쪽)와 최문순 강원지사(오른쪽)가 지난 15일 전혜숙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만나 시멘트세 신설을 건의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이시종 충북지사(왼쪽)와 최문순 강원지사(오른쪽)가 지난 15일 전혜숙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만나 시멘트세 신설을 건의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충북과 강원은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환경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진폐증과 만성 폐 질환을 앓고 있는 충북 제천·단양, 강원 영월·삼척 지역 주민 64명에게 6억2300만원의 배상을 결정한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또 시멘트 공장에서 나오는 분진이 농작물 생육에 장애를 주거나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시멘트 수송으로 인한 도로 파손도 문제라고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조사한 시멘트공장 인근 주민 건강피해 현황에는 진폐증·호흡기 기능장애·폐암 환자가 전국에 1700여 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시멘트 공장에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배출로 인한 연간 피해액을 약 3조원으로 추정했다.

전도성 충북도 세정팀장은 “시멘트는 석회석이라는 광물을 뜨거운 열로 가열해서 만들어지는 가공품이기 때문에 많은 연료가 필요한데 1999년부터 원료로 쓰이는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하수슬러지, 석탄재 등 다량의 폐기물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북은 시멘트세로 확보되는 재원으로 환경오염 저감시설을 설치하고 주민 건강증진 사업, 노후 교량 복구에 쓸 계획이다. 병원 건립과 경로당 건립, 자녀 학비 지원 등 지원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시멘트 공동 출하장. [중앙포토]

시멘트 공동 출하장. [중앙포토]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세가 새로 생기면 시멘트 산업 기반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 수요는 1997년 6200만t까지 확대됐으나 1990년대 말 외환 위기 이후 감소세를 보인다. 2017년 5670만t에서 지난해 5120만t, 올해 4850만t으로 추정된다. 내년엔 올해보다 6.2% 감소한 4550만t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인해 시멘트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3181억원의 누계 영업손실을 봤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시멘트 제조 원료인 석회석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로 연간 30억원을 내고 있는 데다 매년 120억원의 지역사회공헌 사업비를 지출하고 있다”며 “당장 내년부터 질소산화물에 대한 배출부담금도 연간 450억~650억원 정도의 부담하는데 지방세로 들어가는 시멘트세를 또 부담하라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환경오염 저감시설 설치나 숙원사업도 현재 지출하고 있는 부담금만으로 가능한 일인데 정치인들이 총선을 앞두고 시멘트 업계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단양=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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