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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베를린 패션 박람회 '브레드 앤드 버터'… 영 캐주얼의 미래를 엿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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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프랑스 파리에 오트 쿠튀르와 프레타 포르테, 이탈리아에 밀라노 컬렉션이 있다면 독일에는 '브레드 앤드 버터'가 있다. 전자회사 지멘스의 공장이 있던 독일 베를린의 한 외곽.

평소 흉흉한 공장 터에 불과한 이곳은 1년에 두 번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명소로 변신한다. 1월과 7월, 영 캐주얼 전문 박람회인 '브레드 앤드 버터'(Bread and Butter)가 열리기 때문이다.

패션계의 '큰손'들과 옷맵시에 자신 있다는 패션 리더들이 집결하는 시기다. 무엇보다 이곳엔 색다른 맛이 있다. 고급 의상이 주류인 파리.밀라노와 달리 영 캐주얼이 상징하는 젊음과 신선함이 넘쳐난다. 올해의 경우 7월 14~16일 700여 개 업체와 4만 명의 관람객이 몰린 가운데 성황리에 펼쳐졌다.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영 캐주얼의 미래를 엿봤다.

# 디테일과 컬러로 승부한다

지구상에 더 이상 새로운 의상은 없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들 정도로 참여 업체 대부분이 새로운 형태나 라인의 의상을 선보이지 않았다. 대신 기존 티셔츠 위에 화려한 색상과 디테일(세부 장식)로 승부를 겨루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눈에 띄는 경향은 과도할 정도의 디테일. '빈티지 타투 웨어(Vintage Tattoo Wear:빈티지는 중고풍 의상을 활용한 풍조)'란 슬로건을 내세우는 미국 브랜드 '에드 하디'(Ed Hardy)가 대표적이었다. 이들은 티셔츠를 다 덮을 정도의 화려한 프린팅(그림 인쇄)으로 주목을 받았다. 문신(타투)을 의상에 적용시킨다는 개념에 맞게 최근 유행하는 해골 무늬나 용 무늬 등을 과감히 새겼다. 티셔츠는 물론이고 신발과 모자에까지 이런 기법을 사용한 게 이색적이었다.

독일 디자이너 브랜드인 필립 플라인(Philpp Plein)은 '하드록(격렬한 비트의 록음악)'을 모티프로 한 의상들로 전시관을 꾸몄다. 금속과 비즈가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주된 소재였다. 현대적 감각의 코트나 트렌치 코트의 단추를 모두 해골 모양의 금속으로 달고, 상의 여기저기엔 비즈 장식을 가미했다. 주머니는 인조 가죽을 활용했다.

화려한 컬러 또한 박람회의 대세였다. 고급 의상에서 블랙과 화이트의 단색 톤이 주류인 것과 반대였다. 한 예로 진 브랜드 '마비(MAVI)'는 '지중해 사파리'라는 컨셉트를 내세웠다. 지중해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컬러를 청바지에 적용한 경우다. 하늘색이 감도는 컬러는 일반적으로 진 계통에선 보기 힘든 색채다.

특히 화려한 색감을 표현하려면 가죽보다 면 소재의 신발이 제격인 법이다. 일명 '컨버스화'로 불리는 면 운동화는 형태는 같지만 컬러는 천차만별이었다. 프랑스의 신발 브랜드인 벨시몽의 컨버스화는 굽이 거의 없는 플랫 슈즈를 기본으로 수십 가지 컬러로 변화를 줬다. 리본 등의 장식물도 달았다. 푸마 컬렉션의 미하라 야스히로 라인 역시 신발 하나에 수많은 색을 섞어 화려함을 더했다.

# 캐주얼도 핸드 메이드 시대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의상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고급 의상들에선 이런 식의 일대일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가격의 심리적 제한이 있는 영 캐주얼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번 박람회에선 업체들이 '핸드 메이드' 개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티셔츠에 나만의 프린트를 새겨 주는 게 대표적. 미국 뉴욕에서 건너온 그래피티(벽면에 스프레이 등을 이용해 그리는 그림) 전문 브랜드는 디자이너가 직접 그림을 그려주는 행사를 시연했다. 그렇다면 손으로 그린 티셔츠의 가격은? 답은 50유로(약 6만원). 핸드 페인팅 제품이 어떻게 이런 가격대가 가능할까.

방법은 이렇다. 우선 기본적인 프린팅을 같게 해서 대량으로 찍어낸다. 그런 다음 그 주변에 손으로 세부 그림을 그린다. 예를 들면 요새 유행한다는 해골 프린팅을 크게 새기고, 그 옆에 고객이 원하는 컬러와 디자인을 물감으로 그려내는 식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이지만 그리 비싸지 않게 생산할 수 있는 노하우다.

이번 행사에선 복고풍 의상인 빈티지 바람도 여전했다. 대표적인 진 웨어 업체 리바이스는 1960년대 대학가의 스타일을 기본으로 히피풍을 가미한 룩을 제시했다. 스페인의 액세서리 브랜드인 스왈스키는 한 걸음 더 나가 '빈티지 핸드 메이드'를 표방했다. 100% 수제품인 신발과 가방은 수제품만이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빈티지를 성공적으로 보여줬다.

# 베를린은 젊음의 메카

2001년 독일 쾰른에서 시작된 '브레드 앤드 버터'는 2003년부터 장소를 베를린으로 옮겨 BBB(Bread & Butter Berlin)라는 이름으로 거듭났다. 2년 전부터는 머리글자가 같은 바르셀로나에서도 박람회를 연다. BBB는 그동안 프랑스와 이탈리아.영국 등에 비해 패션의 변방으로 여겨지던 독일의 패션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차별화 전략의 핵심은 'Young & Fun'(젊고 즐겁게)이다. 폐쇄된 공장을 활용해 열리는 이 행사는 흡사 놀이공원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흥겨운 분위기다. 식당과 수영장, 마사지장, 미니 축구장까지 자리 잡고 있다.

베를린=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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