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는 망명 중국인들을 지원하라-미 칼럼니스트 호글런드 워싱턴포스트지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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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의 칼럼니스트 짐 호글런드는 최근 파리에서 결성된 중국 최초의 반체제 운동단체인 중국 민주주의 연맹(FDC)과 관련, 미국이 이들 망명 중국 반체제 개혁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글런드가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30년간 중국공산당에 몸 담아봤던 공산주의자 천이즈는 천안문 광장에서 피의 학살이 자 행된 지난 6월4일 아침 「정치고아」가 됐다. 비통에 잠긴 그는 탈당계를 냈다. 그리고 중국을 탈출, 프랑스 파리로 망명했다. 24년간 공산당원이자 최고의 기업가로 성공한 완란난도, 중국 내 최고의 평판을 받은 TV 시리즈를 『황하』의 조감독 수샤오캉도 같은 길을 걸었다.
이들 3명의 공산주의자들과 또 다른 1백여명의 저명한 망명자들은 지난 23, 24일 파리에서 회동, 반체제 단체인 FDC를 결성했다.
이와 관련, 중국정부 대변인은 이들 반체제인사들은 중국공산당을 파괴하기 위해 미국이의도적으로 중국 내에 심어놓은 「독초」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왜 북경 공산주의자들은 이들을 미국까지 끌어들여 비난하고 있는가.
미국은 이들 반체제 인사들이 민주주의와 경제개혁에 대한 사고를 정립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개방적인 사고는 50년대의 케케묵은 반미사상에 젖어있는 리펑(이붕)총리를 위협하는 일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망명자들이 왜 미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회동했을까. 그것은 부시행정부가 북경당국과의 관계를 고려,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활동에 대해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프랑스가 이들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회합을 갖는데 있어 예상되는 각종 장애들을 제거하는 동안 미 상무부는 공식적인 중국무역 대표단을 접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 미 중국대사관마저 미국이 천안문사태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중국무역대표단을 밀이다.
프랑스가 중국의 인권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는 반면 미국이 이같이 중국공산당 지도부와의 관계를 고집하는 것은 단순히 「잘못된」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감인 것이다. 미국은 이들 망명자들이 하고자하는 말에 귀를 기물여야 한다.
부시 행정부의 중국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태도는 40년 전 서방으로 탈출, 스탈린주의의 실상을 폭로한 동구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이 서방세계에서 하고자 했던 반체제 활동을 방해했던 것과 유사하다.
유럽으로 망명한 인사들은 과거 정치적으로 「불편한 사람」으로 대접받아왔다. 스탈린 주의자들과 그 후계자들은 이들 망명자들이 외교현실과 세계평화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워싱턴 냉전주의자들의 앞잡이에 불과하다고 비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고르바초프는 그들 유럽망명자들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오늘날 미국에 「불편한 사람」들이 될 우려가 있는 이들 망명 전 공산주의자들은 지난날 지도급의 개혁주의자들이다.
이들 개명한 공산주의자들은 모스크바에서 교육받은 이붕이 이끄는 현정권에서 개혁추진을 논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행위인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중국지도자들의 공식적인 논평이 이같은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덩샤오핑(등소평)의 폴란드 공산당에 대한 비난 등이 그 단적인 예다. 천안문 사태이후 온건파들을 키우려는 뒤늦은 등의 노력 등은 모든 그의 부하들에 대한 철저한 불신을 보여주는 증거다. 너무 커진 이붕의 힘을 의식,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붕은 최근 르 피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망명을 원하는 중국 유학생들에게 미국현지에서 취업기회를 주어 중국 젊은이들을 중국에서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과거 한국과 베트남에서 중국 군과 싸운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여전히 갖고 있다. 그는 개혁주의자가 아닌 것이다. 워싱턴 당국은 북경에서 빚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미몽에 더 이상 매달려서는 안될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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