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주지 않으면 구속 된다는데 사실인가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86)

3년 전에 법원에서 협의이혼을 했습니다. 당시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살기가 힘들어서 이혼하였는데 이혼 후에도 사는 것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잠깐 사정이 좋았던 적도 있지만 혼자 지내다 보니 저축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양육비는 제대로 보내려고 애를 썼습니다. 아이 엄마가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우리 아이들에게 뭐 하나라도 더 사주려고 하는데 학원이라도 보내려면 제가 달마다 보내는 양육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혼 후 한 달에 한 번씩 보는 아이들이 저를 아빠가 아니라 그냥 필요한 것을 사주는 아저씨로 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pxhere]

이혼 후 한 달에 한 번씩 보는 아이들이 저를 아빠가 아니라 그냥 필요한 것을 사주는 아저씨로 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pxhere]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들을 보는데 아이들은 제게 이것 사달라, 저것 사달라는 말만 합니다. 처음에는 마음이 짠하고 저도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몰라서 대형마트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헤어졌습니다. 아이들과 만나는 것도 이제 더 이상 특별하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오히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게 뭐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빠를 졸라 무엇을 얻어내려고만 하고, 다른 말에는 건성으로 대답하는 아이들을 보면 착잡합니다. 양육비는 양육비대로 보내고 또 아이들 만나서 돈 쓰고…. 아이들이 저를 아빠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필요한 것을 사주는 아저씨로 보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우울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양육비 보내는 것을 하루 이틀 미루게 되고, 어느 달은 보내지 않고 지나가고 다음 달에 합쳐서 보내기도 하고, 일부만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아이들 엄마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양육비가 3번이나 밀렸다면서 법원에 이행명령을 신청할 것이랍니다. 그러면서 이행명령에도 주지 않으면 제가 구속될 거라고 적었습니다. 저는 3번이나 밀렸다는 것도 믿을 수 없지만, 양육비를 보내지 않으면 구속이 된다는 말도 처음 들었습니다. 이 말이 맞나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우리는 부모 자식 사이는 천륜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를 보면 자녀에게 위기가 닥칠 때 부모는 본능적으로 자식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마음의 파동이 없다면서 심지어는 자녀의 죽음 소식도 믿지 않는 대사가 등장합니다(그리고 드라마에서는 나중에 자녀가 살아서 돌아오기까지 하죠^^). 하지만 실제 제가 사는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서로 키우겠다고 막장 드라마처럼 다투던 부모도 비양육부모로 결정이 되면 철저하게 이성의 지배를 받는 것 같습니다.

내가 자식에게 투입한 돈과 자식으로 인해 내가 받는 안식과 보람 등을 계산하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원래 부모 자식 사이에는 이익도, 손해도 없는 것 아닌가요? 자식을 보지 못해도 원칙적으로는 양육비를 보내야 하죠. 특히 본인이 자녀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형식적으로 만나거나 잠깐 보고 와서 자식을 보여주지 않으니 양육비를 줄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 비양육부모를 법정에서 보면 제3자도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양육비부담조서에 의하여 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일정한 기간 내에 그 의무를 이행할 것을 명할 수 있습니다. [사진 flickr]

양육비부담조서에 의하여 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일정한 기간 내에 그 의무를 이행할 것을 명할 수 있습니다. [사진 flickr]

물론 양육부모가 양육비는 꼬박꼬박 받으면서 아이들을 철저히 차단하는 경우도 있는데 비양육부모가 많이 고민하다가 면접교섭에 불성실한 양육부모를 압박할 수 있는 것이 양육비밖에 없다면서 양육비 지급을 중단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사례자의 환경은 제가 든 경우보다 아주 좋습니다. 사례자도 넉넉하지 않지만 양육비를 꼬박꼬박 주려고 노력하셨고, 아이들도 정기적으로 만나신 것 같아서요. 부모교육을 통해 배우셨을 테지만 아이들과 몸으로 같이 놀면 친밀감도 늘어날 것입니다.

판결, 조정조서뿐만 아니라 협의이혼 시 작성하는 양육비부담조서에 의하여 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일정한 기간 내에 그 의무를 이행할 것을 명할 수 있고(가사소송법 제67조 제1항), 그 명령을 위반한 때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일정한 경우 30일 범위에서 감치를 명할 수 있습니다. 아마 감치도 될 수 있다는 것을 구속될 수 있다고 표현했나 봅니다. 양육비는 아이들의 생계비니 약속한 날에 지급하시고, 그동안 양육비 지급한 내역을 확인하신 후 밀린 것을 빨리 지급하면 사례자에게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