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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집어던져 두개골 골절"···가해 간호사도 임신 중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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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가 신생아 거꾸로 들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가 신생아 거꾸로 들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 둘째가 태어난 행복한 곳이 이제는 지옥이 됐습니다.”

신생아 아빠 “다른 아이도 학대한 적 있다” 주장 #경찰, CCTV 분석 결과 다른 아이 학대 정황 포착 #신생아 학대한 간호사 본인도 임신 중 #

신생아 두개골 골절 사고를 겪은 아버지 A씨에게 ‘왜 이 병원을 택했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A씨는 지난달 15일 셋째의 출산을 위해 부산 동래구에 위치한 B병원을 찾았다가 지난달 20일 오후 11시쯤 아이가 무호흡 증세를 보여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A씨는 12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첫째, 둘째를 낳을 때와 비교해 신생아가 급격히 줄어있더라”며 “우리 아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이 병원에서 학대 사건이 더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B병원 신생아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신생아 학대 의혹을 받는 간호사 C씨가 다른 아기도 학대하는 장면을 포착해 조사 중이다. 당시 신생아실에는 5~6명의 아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동래경찰서 관계자는 “두개골 골절을 입은 신생아보다는 강도가 낮지만, C씨가 다른 신생아를 거칠게 다루는 장면이 있다”며 “학대 행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C씨는 아동학대 혐의로 지난 11일 불구속 입건됐다. C씨는 지난달 18일부터 3일간 생후 5일된 신생아를 한손으로 거꾸로 들거나 아기 바구니에 집어 던지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법원이 영장은 발부하지 않았다. C씨가 현재 임신 중이라는 사실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B병원에서 10년간 근무했고, 이전 경력까지 합치면 약 20여년 간 간호 업무에 종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병원장에게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병원 측은 신생아의 골절은 구급차로 이송과정에서 흔들림으로 인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신생아 부모는 구급차의 흔들림 정도로는 머리 골절상을 당하기 어렵다며, 낙상 등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A씨는“사고 이후 병원 측에서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며 “전화를 받지도 않고, 연락도 오지 않는다. 최소한의 양심조차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B병원은 지난 8일 폐업했다.

A씨는 B병원이 의료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하려고 2시간 분량의 CCTV 영상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 결과 녹화되지 않은 구간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삭제된 영상 복원을 위해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 포렌식 결과가 나오기까지 7~14일 정도 걸린다”며 “병원이 고의로 삭제했을 가능성과 추가 학대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간호사의 학대 행위가 골절사고와 어떤 인과 관계가 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A씨가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은 13일 오후 2시 기준 15만 5000여명이 서명했다. A씨는“국민 동의가 20만명을 넘어서 청와대가 이 사건에 대해 답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로 진상규명을 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의 딸은 현재 동공 반사가 없고, 자가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다. 뇌 손상이 심각해 회복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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