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배기가 2주택…세금 수억 추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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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대 사회초년생 A씨는 월급 이외에 특별한 소득이 없는데도 ‘부동산 부자’가 됐다. 기업체 대표인 아버지 B씨가 준 돈으로 고가 주택과 땅을 사들인 것이다. 월급도 평소 근무하지도 않는 아버지 회사에서 받았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나 소득세 신고는 없었다. 국세청은 B씨에게 수억원대 추징금을 부과했다.

국세청, 강남·마용성 세무조사 #증여세 탈루 30대 이하 165명 포착

주택 2채를 가진 세살배기 아이도 있었다. 아버지가 아이 명의 계좌로 현금을 송금한 뒤 주택을 사들이고, 세입자들에게 돌려줄 임대보증금은 할아버지가 내줬다. 이 과정에서도 증여세 납부는 없었다. 국세청은 이들에게도 수억원대 증여세를 추징했다.

국세청은 고가 아파트·오피스텔 취득자와 고액 전세에 사는 세입자 등 자금 출처가 의심되는 탈세 혐의자 224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2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는 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NTIS)으로 파악된 과세 정보와 국토교통부의 자금조달계획서,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을 취합해 선정했다. 주로 서울 강남 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과천 등 최근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에서 거래한 사람들이 대상에 포함됐다.

탈세 혐의자 중에선 특별한 직업이 없는 20~30대가 부모 등으로부터 부동산 구입, 전세 보증금 용도로 5000만원(증여 재산공제 한도액)이 넘는 돈을 물려받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조사 대상자(224명) 중 30대 이하는 165명, 미성년자는 6명이 있었다. 개발 호재가 있는 주변 땅을 헐값에 사서 개발이 되는 것처럼 속여 고가에 되파는 기획부동산 업체들도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와 함께 32개 기관 합동 부동산 불법 거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탈세 의심 혐의자들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부동산 취득 자금이 기업에서 유출된 경우에는 기업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시행하고 친인척 간 자금 흐름 등도 추적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2017년 8월 이후 부동산·금융자산 편법 증여와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 등에 대해 7차례에 걸쳐 2228명을 조사, 4398억원을 추징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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