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기는데 펄펄 나는 증권사 수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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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올해 3분기 코스피시장은 처참했다. 이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2.17%에 불과하고, 지난 8월 7일에는 45개월여 만에 최저치인 1909.71까지 지수가 내려갔다.

코스피 부진에도 실적 고공행진 왜 #주식 수수료 비중 50%→22% #발행어음·해외부동산 투자 재미 #미래에셋 등 순익 벌써 작년 추월

과거 같았으면 우울하고 침체돼있을 증권가는 되레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올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압도할 정도로 실적이 좋아서다. 주식 거래 수수료(브로커리지)에만 의존했던 수익원이 다변화된 영향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증권사들이 울상 짓던 건 옛말”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요 증권사 순이익 추이 및 코스피 수익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요 증권사 순이익 추이 및 코스피 수익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는 3분기 누적 순이익이 5223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순이익(4620억원)을 넘어섰다. KB증권도 2418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순이익(1897억원)을 웃돈다.

14일 실적 발표 예정인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 기준) 역시 5600억원대 순이익이 예상돼, 지난해 실적(5159억원)을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삼성증권(3024억원), NH투자증권(3599억원), 메리츠종금증권(3916억원)도 지난해 연간 순이익에 근접한 실적을 내놓았다.

코스피 부진에도 증권사 실적이 좋은 이유는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2009~2011년 브로커리지가 증권사 전체 수익의 50%를 차지했지만 2014년 이후 30%대로 낮아져 현재는 22%까지 하락했다.

대신 수익원은 증권사별로 다변화됐다.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성과를 올렸다. 업계 최초로 해외법인 수익(1239억원)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 어음 운용과 투자은행(IB) 수수료 수익 덕분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10위권 밖에 있었던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집중하면서 업계 6위권으로 껑충 성장했다.

증권업계의 실적 고공행진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요 5개 증권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라며 “브로커리지 수익이 10% 이상 줄었지만 운용 이익, IB수익, 이자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다는 점은 불안한 요소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다보니 현지에서 건물주와 임차인이 짜고 임대료를 높여 건물 가격을 높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거품이 꺼지면 몇몇 증권사는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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