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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서 비교과·자소서 폐지하면…대학별 고사 늘어날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5일 발표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입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학종에서 비교과영역이나 자기소개서가 축소‧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교사·학생 사이에선 학종에서 비교과영역의 반영이 줄거나 금지되면 대입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학 관계자, 입시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비교과영역이 축소·폐지되면 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강화하는 대학이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대학별 고사에 대한 정부의 비판적 태도를 고려해 축소된 형태의 학종이나 정시 확대로 방향을 돌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학 관계자들은 “비교과 영역이 폐지되면 학종이 본래 취지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학종은 수능 점수로 줄 세워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입시로는 미래 인재를 키우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때문에 대학에서는 고교성적 뿐 아니라 ‘자동봉진’(자율활동·동아리활동·봉사활동·진로활동) 등 비교과활동을 참고해 학생의 발전가능성‧전공적합성을 평가한다. 대학·교사들이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해 “과거 회귀”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학종에서 비교과‧자소서가 폐지되면 내신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 박태훈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국민대 입학처장)은 “학종에서 교과성적은 학생이 대학에 진학해 전공 수업을 이해할 수준인지 확인하는 참고자료 정도”라며 “학종에서 비교과‧자소서를 없애면 학생의 가능성을 판단할 요소가 사라져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육계에서는 구술면접과 같은 대학별 고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학생‧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대학에서는 학종에서 구술‧토론‧인성면접 등을 진행한다.

서울대의 경우 학생들에게 제시문과 문제를 제공한 뒤 30~40분 후 면접을 진행한다. 올해 사회과학계열에선 ‘브라질 아마존 우림 개발의 국제적 문제’에 대한 제시문을 준 후 관련 회의에 초청해야 할 사람(기관‧단체)과 이들의 주장을 예측하는 문제가 나왔다.

이같은 토론·면접을 도입하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교과과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학생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문제를 얼마든지 내는 게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지식수준과 전공적합성은 물론 논리력까지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수시 합격생 평균 스펙.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대 수시 합격생 평균 스펙.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학가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박태훈 회장은 “대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기준을 세워야 하므로 면접과 같은 대학별 고사를 치르는 대학이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홍기현 서울대 교육부총장도 사견을 전제로 “학종에서 비교과 활동이 폐지되면 정시를 확대하겠느냐”는 물음에 “면접을 강화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정부가 반대할 경우 대학별 고사를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서울 사립대 입학처장은 “현재 학종 비교과 축소가 대입 불공정 논란에서 비롯된 만큼 대학별 고사를 확대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논술 전형이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정부가 구술면접도 사교육 유발 요소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대학으로선 이를 활용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사립대 입학 관계자도 “교과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묻는 면접을 확대하면 심화학습 받은 특목고‧자사고 학생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손 놓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대학들 입장에선 대학별 고사를 확대하는 방식 대신 비교과를 뺀 학종을 유지하거나, 정시 확대로 가닥 잡을 것 같다는 예상이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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