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이어 서훈 “북 ICBM 이동식 발사”…정의용 말 뒤집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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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초구 국가정보원에서 국회 정보위 국감이 열렸다. 이날 서훈 국정원장이 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일 오전 서초구 국가정보원에서 국회 정보위 국감이 열렸다. 이날 서훈 국정원장이 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북한이 동창리의 고정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ICBM을 다른 수단, 즉 이동식발사대(TEL)로 쏠 수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그 능력이 고도화돼 있는지는 북한의 전략 자산을 평가하는 핵심 질문이다. 그런데 이를 놓고 청와대 정의용 안보실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정부 핵심 당국자들이 서로 다른 말을 했다. 정 실장의 입장이 정 장관이나 서 원장과 달랐다.

정 실장 1일 “이동식 발사 어렵다” #야당 “기본 팩트 틀려, 위증 아닌가” #전문가 “북한 충분한 기술력 갖춰”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국정감사에 나온 정 실장은 “ICBM 발사는 동창리를 이용 안 한다고 한다. 합참 이야기는 그냥 이동식발사대, TEL로(했다는데)”라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의 질문에 “ICBM은 TEL로 발사하기는 어렵다, 기술적으로”라고 말했다. 이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이 완전히 폐기되면 ICBM 발사는 못 한다.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도 했다. 군 출신인 청와대 김유근 안보실 제1차장도 “현재 북한의 능력으로 봐서 ICBM은 TEL로 발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그런데 4일 오전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나온 정경두 장관은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이 “북한이 2017년 발사한 ICBM은 무엇으로 발사했나. 국방부도 당시 TEL로 발표했다”고 하자 “TEL로 미사일을 옮기고 나서 고정식 발사대로 발사한 것도 있고, 지지대를 받쳐서 발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별도의 거치대를 설치하지 않고 이동식 트럭 위에서 미사일을 바로 쏘는 것이 TEL’이라는 일부의 주장을 의식해 고정식이나 지지대 등을 언급했지만, 결국엔 북한이 2017년 ICBM 발사 때 TEL을 활용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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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장관의 발언에 백 의원은 “정 실장의 운영위 발언은 위증에 가깝다. TEL로 발사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렇게 기본적인 팩트가 틀릴 수 있는가”라고 추궁했다. 하태경 의원은 “(정 실장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 안보실장이 실수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팩트도 모르는 참모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실수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국회 정보위의 국가정보원 국감에서 서훈 원장도 “이동발사대로 ICBM을 싣고, 일정 지점에 가서 발사대를 풀어놓고 다시 ICBM을 발사하는 것은 이동식(TEL)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인식도 서 원장과 같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북한은 TEL에서 ICBM을 바로 쏠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TEL로 사용할 대형트럭이 부족해 아끼기 위해 미사일을 고정식 발사대로 옮긴 뒤 발사하는 것”이라며 “대형트럭에서 쏘든, 고정식 발사대로 옮겨 쏘든 모두 TEL 발사”라고 말했다.

다만 서 원장은 “정 실장이 말한 것과 국방정보본부가 설명한 게 모순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은 “정의용 실장이 출장가면서 서 원장에게 ‘이동식 발사대 관련 정정하고 싶은 부분 있는데 출장가야 해서 정정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고 서 원장이 밝혔다”고 전했다. 정정하고픈 내용에 대해선 다만 명확하게 밝히진 않았다고 한다.

심새롬·성지원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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