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반환점 앞둔 문재인 정부…코스피 수익률 -7.1%, 코스닥 3.9%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정부 코스피 지수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재인 정부 코스피 지수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오는 9일이면 문재인 정부의 임기 절반이 끝난다. 반환점을 앞둔 문 대통령이 집권한 뒤 4일까지 코스피 수익률은 -7.09%로 집계됐다. 코스닥 수익률도 3.89%에 그쳤다.

2017년 5월 사상 최고치서 임기 시작 #2018년 1월 반도체 훈풍에 역대 최고 #2018년 10월 급락장에 얼어붙은 시장 #일본과 경제 갈등 격화, 8월 최저치로

 직전 3개 정부와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표다. 임기 절반까지 코스피 수익률을 따져보면 박근혜 정부(-0.41%), 이명박 정부(3.43%), 노무현 정부(88.59%)에 모두 못 미친다. 전체 임기로 보면 박근혜 정부(3.91%), 이명박 정부(19.69%), 노무현 정부(173.7%)의 코스피 수익률은 모두 나아졌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2017년 5월 8일 코스피 지수는 2292.76였다. 당시까지 사상 최고가였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권 중 코스피가 가장 높을 때 임기를 시작했다.

 당시 주식 시장이 펄펄 끓어오른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 대통령이 취임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세계 경기가 개선되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당시 주가보다) 30% 더 상승 여력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실제로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해를 넘겨 2018년 1월 29일 사상 최고치인 2598.19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시장을 주도했다.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로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이어졌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글로벌 시장의 분위기도 좋았다.

 정부 정책도 주가를 밀어올렸다. 2018년 1월 11일 정부는 코스닥 벤처펀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300만원까지 소득 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 덕에 2018년 1월 26일 코스닥 지수는 927.05까지 상승하며 너나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주식 시장에 분 훈풍은 2018년 9월까지 이어졌지만 10월 들어 상황은 달라진다. 2018년 10월 29일(코스피 1996.05)에는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코스피 2000이 무너졌다.

 악재는 한꺼번에 몰려왔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와 미ㆍ중 무역 전쟁 등 불안한 대외여건에 더불어 반도체 호황에 가려져 있던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제 위기론이 제기되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제 투톱’의 교체설이 퍼지며 시장은 경색됐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문재인 정권에서는 정치 일정보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전망이 코스피 지수를 좌우했다”며 “2018년 하반기 반도체 이외에 다른 기업들이 부진한 상황에서 반도체 기업들마저 무너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8월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이번 정부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8월7일 1909.7까지 내려앉았다. 코스닥은 전날인 8월6일 551.5로 바닥을 찍었다.

 전문가들은 증시의 부진의 원인으로 정부의 경제 정책 부작용과 국내 기업 실적의 30% 이상을 책임지는 반도체 투톱의 부진, 장기화하는 수출 감소 등을 꼽는다. 여기에 한일 경제 전쟁까지 격화하며 주가 지수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반도체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데, 반도체 대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반영됐다”며 “반도체 이외의 기업들은 대외 상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노동 비용까지 급격히 오르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지수는 최근 다시 반등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보다는 선전한 데다 미국의 금리 인하 효과, 미ㆍ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3% 오른 2130.24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미 내년 반도체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탓에 큰 폭의 추가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