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장관이 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과 관련 “우리 안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런 것들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직후엔 지소미아의 군사적 효용 가치가 그리 높지 않다는 데 무게를 두다가 지소미아 종료(23일)를 19일 앞두고 꺼낸 얘기다. 지소미아 유지를 요구할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내놓은 발언이기도 하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전, "도움되니 검토하는 것" #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효용가치 높지 않다" #종료 시한 19일 앞두곤 이제 와서 "유지" 거론
스틸웰 차관보 방한 전날 밝혀
정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분명한 것은 나도 지소미아의 중요성에 대해선 몇 번에 걸쳐 국회 답변 과정에서 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심층적으로 모든 부분을 다 검토하고 치열한 논의과정도 거쳤다”며 “그런 차원에서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다만 일본에서 안보상의 문제로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이런 것들이 있으니 같이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앞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 하루 전인 지난 8월 21일 국회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 (지소미아 종료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취지였다. 정 장관은 당시 “도움이 안 되면 바로 파기하면 된다. 과거 핵실험을 했을 경우 등 우리가 캐치 못 하는 정보를 받은 적도 있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종료 결정 이후인 8월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소미아는 한·일 간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측면에 있어서 그렇게 효용 가치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5일에는 왔다갔다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 장관은 그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소미아의 실시간 군사적 효용 가치는 없다”며 “지소미아에 따른 한·일 간 정보교류는 어떠한 군사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나중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랬다가 이후 ‘지소미아 종료로 제일 기뻐하고 박수칠 나라는 어디냐’는 질의에 “북한이나 중국이나 러시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소미아의 효용성이 없다는 답변과 맥락상 상치된다.
정 장관의 이날 ‘안보에 도움되면 지소미아 유지’ 발언을 놓고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걸 전제로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군 당국의 입장은 일관돼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장관 답변대로라면 ‘지소미아가 안보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지금이 아니라 종료 여부를 결정할 때 내렸어야 하는 판단’이라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다. 지소미아의 주무 장관 중 한 명인 국방장관의 발언이 오락가락하는 데 대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청와대서 주도한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는 내심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었는데 청와대가 종료 결정을 내리자 뒤늦게 이를 따라가면서 장관의 답변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 장관의 이날 답변을 놓고 군 안팎에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라는 미국의 압력이 거세지자 ‘지소미아 결정 회군’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떠 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바꾸려면 안보적 측면을 우선시하는 군이 앞장 서는 게 명분이 있는 만큼 군이 먼저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익명을 요구한 전직 군 인사는 “정 장관 발언의 속내가 무엇이건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다가오면서 정부가 출구 전략을 고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