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소주병 등 술병에서 수지·아이린 등 여성 연예인 사진을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정부가 관련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장기적으로 연예인 사진을 붙이는 걸 금지할지 검토할 방침이다.
“술병 연예인 사진 한국 유일” 지적에 시행령 통해 광고 금지 가닥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술병에 연예인 사진을 붙이는 게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라 주류용기에 연예인 사진을 부착하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손볼 계획이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국회의)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 등을 포함해 광고를 금지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광고는 국민건강증진법의 영향을 받는다. 이 법은 복지부 장관이 국민건강의식을 잘못 이끄는 광고에 대해 시정이나 금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한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10조 별표에 11가지의 주류광고 관련 금지 행위가 나와 있다. 음주 행위를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음주가 체력·운동능력을 향상하거나 질병 치료에 도움된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금지한다.
홍 과장은 “연예인 사진 부착을 금지하는 문구를 신설할지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주류·광고업계 등 이해 관계자가 많으니 의견 수렴을 해봐야 하고 국민이 찬성하는지도 봐야 하기 때문에 실제 규제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감에서 “담뱃갑에는 암 환자 사진(경고 그림)이 붙어있는 반면, 소주병에는 여성 연예인 등 유명인의 사진이 붙어있다”고 지적했다. 주류광고에 유명 연예인이나 청소년층에 영향력이 큰 남녀 아이돌 스타를 모델로 내세워 음주를 미화하고 권장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술병 연예인 사진을 허용하는 데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남인순 의원은 “담배와 술 모두 1급 발암물질이며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암, 고혈압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지만, 술과 담배를 대하는 태도의 온도 차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담뱃갑에는 실제 2016년 12월부터 흡연 경고그림이 도입됐고 지난해 12월부터 흡연의 폐해를 더 크게 실감할 수 있도록 경고그림이 바뀌었다. 음주 폐해도 흡연 못지 않게 심각한 데 비해 정부의 절주 정책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가 지난 달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9세 이상 성인의 연간 음주율(최근 1년동안 1회 이상 음주)은 79.7%다. 10명 중 8명 꼴로 2007년 78.5%에 비해 소폭 늘었다. 같은 기간 남성은 86.5%에서 86.1%로 다소 줄었지만 여성은 70.9%에서 73.6%로 늘었다.
술과 담배 모두 몸에 좋지 않지만 음주는 음주운전·강력범죄 등을 야기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광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9조4000억원이다. 흡연(7조1258억원)보다 많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