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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강기정 국감장서 버럭…야당 “정무수석 아닌 정쟁수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강기정. [연합뉴스]

강기정. [연합뉴스]

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감은 ‘짙은 전운’ 속에 오전 10시 시작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논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 등 화약냄새 가득한 빅이슈들과 함께였다.

정의용 “북 발사체, 안보 위협 안 돼” #나경원 “억지로 우기지 마라” #뒷줄 강 수석 갑자기 “똑바로 하라”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긴 했지만 밤 10시를 넘기고 의원들의 추가질의에 이어 보충추가질의까지 돌아가며 극한 충돌 없이 정리되어가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랬던 분위기가 돌변한 건 오후 10시 40분께부터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문답 도중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벌떡 일어나 고함을 외친 게 계기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우리 안보가 더 튼튼해졌다고 보시는 겁니까?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그렇습니다.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정 실장은 이날 북한 미사일 등 도발에 대해 “우리 안보에 위중한 위협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 “남북 간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본다” 등 발언으로 ‘북한 감싸기’란 야당 비판을 받아온 터였다.)

▶나 원내대표=“억지로 우기지 마십시오.”

▶정 실장=“뭐가 억지입니까.”

▶나 원내대표=“그렇게 우기시지 말고요.”

이때 정 실장 뒷줄에 앉아 듣고 있던 강 수석이 갑자기 나 원내대표를 향해 “‘우기다니’가 뭐예요!”라고 한 게 도화선이 됐다.

나 원내대표가 목소리 톤을 높여 “강기정 수석!”이라고 하자 강 수석이 “우기다니가 뭐예요”라고 고성으로 맞받았다. 들고 있던 노란 소책자를 들어 나 원내대표를 가리키며 “똑바로 하세요”라고도 했다.

야당에서 “이런 싸가지 없이~”, 여당에서 “똑바로 해!” 등 막말이 쏟아져나오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위원장이 밤 10시 45분께 급히 정회 선언을 하자 여야 의원들은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1시간 여 지나 자정이 가까워져서야 국감이 재개됐고 강 수석은 “회의 진행에 지장을 초래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국감장은 싸늘해진 분위기 속에 밤 12시 22분께 종료됐지만, 주말까지 여진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선 강 수석의 ‘오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본래 정무수석이란 자리가 정치권과의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청와대와 여야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다. 당일 민주당과 한국당 간 일전을 지켜본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 “정무수석이 아닌 ‘정쟁수석’은 존재 자체가 해악”이라고 질타했다.

강 수석은 ‘조국 정국’에서 이미 몇차례 구설에 올랐다. 9월 26일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니 검찰에 수사해도 조용히 하라고 했다”가 외압 논란을 낳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3선 출신 강 수석은 과거 국회의원 시절 크고 작은 논란에 여러 차례 휘말린 강성이다. 2007년 12월 14일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한 한나라당 의원 폭행 사건에 이어 2010년 12월 8일 새해 예산안 의결 충돌 과정에서 국회 경위와 몸싸움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사실 강 수석의 여린 면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2016년 2월 25일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때 5시간 5분 동안 연설하며 과거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때는 한숨을 내쉬고 눈물을 닦기도 했다.

이미 공천 탈락이 확정된 뒤였음에도 당을 위해 장시간 연설하자 당시 의장석에 있던 정갑윤 새누리당 국회부의장이 “저와는 각별한 사이다. 사랑한다”고 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강 수석의 1일 언행은 특히 그가 맡은 역할을 감안하면 많은 아쉬움을 갖게 한다. 멀리 안 가더라도 강 수석이 지난 1월 13일 취임 초 기자간담회에서 입법부의 중요성과 수시 소통을 강조하며 했던 인사말을 끝까지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당과 의회주의가 살아나야 대통령도 살아날 수 있다. 민주당이 협치의 중심이 되도록 잘 소통하겠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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