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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우리가 정쟁의 양념인가”…골든타임 놓치는 모빌리티 업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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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박민제 산업2팀 기자

박민제 산업2팀 기자

검찰이 지난달 28일 이재웅(51) 쏘카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이후 정부 고위 인사들이 뒤늦게 일제히 ‘타다 편들기’에 나섰다.

타다 기소보다 새 법안 중요한데 #검찰·정부 반박문 내며 네탓 공방 #“미래산업 혁신 방안에 더 관심을”

“당혹감을 느꼈다”(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신산업 창출 불씨가 줄어들까 우려스럽다.”(홍남기 경제부총리),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검찰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더니, 급기야 지난 1일엔 주무 부처인 국토부와 검찰, 법무부가 기소 전 충분히 협의했는지를 두고 반박·재반박 자료를 내며 볼썽사나운 진실 공방을 벌였다.

3일에도 “타다는 혁신적 모습으로 시장 경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에서 플러스다”(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이 대표가 나아가는 방향과 사회에 기여하려는 부분은 굉장히 좋게 생각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고위 공직자 발언이 이어졌다. 불과 6개월 전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이 이재웅 대표에 대해 공개적으로 “무례하고 이기적이다”라 얘기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를 지켜보는 모빌리티 스타트업계의 속마음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우리를 (검찰-정부간 껄끄러운 갈등의) 양념처럼 사용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발의된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법안’ 관련 우리가 필요한 내용을 의견서 형태로 제출했지만, 아무도 거기에 대해선 대답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 와중에 궁금하지도, 물어보지도 않은 일 가지고 정치 공방만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근본 원인은 정부와 국회의 비효율과 방치인데도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지난 2013년 우버가 국내에 진출했을 때 모빌리티 기업과 면허제 기반 전통 택시간 갈등에 대한 첫 경고음이 울렸지만, 정부는 ‘형사고발→처벌’로 이어지는 손쉬운 해결책을 택했을 뿐이다.

그간 손을 놓고 있다가 카풀 서비스로 지난해 말부터 갈등이 커지고 택시기사 자살이 이어지자 카카오모빌리티만 포함한 사회적 대타협으로 갈등을 임시로 봉합했다. 이후 당사자만 타다로 바뀐 채 더 큰 갈등이 생겼고 대안으로 나온 게 이번 법안이다. 하지만 정작 법안 자체의 미세조정에 관해선 관심이 없고, 뒤늦은 발언만 쏟아내고 있다. 박현 위모빌리티 대표는 “우리는 8개월째 새로운 법안만 기다리며 비용만 축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영우 풀러스 대표는 “지금 중요한 것은 혁신 산업을 위한 판을 제대로 깔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지난 3월 카풀·택시 사회적 대타협 이후 지난 7월 모빌리티 서비스를 혁신형·가맹형·중개형으로 규정한 다음 면허 총량을 관리하고 기여금을 내는 큰 틀의 방향을 발표했지만, 세부 사안으로 들어가면 곳곳이 조율되지 않은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는 수요가 급증할 때 바로바로 운행 대수를 늘리고, 부담이 큰 기여금을 감면받길 원하지만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이용자 수요, 택시 감차 추이, 국민편익 등을 고려해 관리한다’는 원론적 얘기만 내놓을 뿐 명확한 답이 없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내년 총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이달 한 달이 우리에겐 ‘골든 타임’”이라며 “스타트업 생존 시계는 지금도 0을 향해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료들도 그간 큰 관심없던 ‘타다 칭찬’에 갑자기 열정을 쏟을 게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판이 얼마나 혁신적으로 만들어질지에 더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한다.

박민제 산업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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