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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출한 충남 ‘백제미’…값 2배 비싸도 인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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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호 04면

흔들리는 쌀의 미래 

임종완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대표

임종완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대표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의 임종완 대표(사진)는 쌀 수출길을 개척하고 있는 농사꾼이다. 사업을 하다 1989년 고향인 충남 서산에 내려온 그는 30년 넘게 벼농사를 짓고 있다. 90년대에는 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 농지를 사서 규모도 키웠다. 그런데 1989년 121.4㎏이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지난해에는 61㎏으로 반 토막이 됐다.

임종완 서산간척지영농조합 대표 #3곳 조합 손잡고 안정적 물량 확보 #2년 새 100t 수출…중국 진출 모색

고생해서 농사를 지었는데 쌀이 남아돌자 임 대표는 2017년 9월 ‘백제미’라 이름 붙인 쌀을 미국으로 보냈다. 민간에서 해외로 쌀을 보낸 국내 첫 사례였다. 임 대표와 같은 어려움을 겪던 충남 서산 내 영농조합이 중지를 모은 덕이었다. 임 대표는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을 축으로 새들만영농조합회사·현대영농조합법인을 끌어들여 충남쌀조합을 만들었다. 그는 “품종·재배 단일화를 이뤘고, 생산부터 판매, 가공, 수출까지 모두 우리가 직접 한다”고 설명했다.

충남쌀조합은 현재까지 백제미 100t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2014년 이후 해외 원조, 지자체 이벤트 등이 대부분인 국내산 쌀 수출이 2000t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양이다. 3개 법인이 330만㎡ 규모 재배단지를 수출 전용으로 꾸려 꾸준한 물량을 갖춘 게 동력이 됐다. 미국 유통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요동치는 수출량 탓에 한국산 쌀을 곱게 보지 않았다. 국내 쌀 브랜드만 차용, 미국에서 생산한 쌀을 판매했던 배경이다. 충남쌀조합 이전 미국에서 팔린 한국쌀은 사실 한국산이 아니었다.

충남쌀조합은 국내산 쌀의 품질 경쟁력을 앞세웠다. 임 대표는 “우리 쌀은 한국에서 직접 키우고 수확했기 때문에 한 알 한 알 윤기가 흐르고 향미가 좋다”며 “미국산 쌀은 밭벼라 국산 쌀과 비교해 수분 함량이 낮고 찰기가 없다”고 평가했다. 충남쌀조합은 품질 유지를 위해 미국으로 납품 후 2~3달만 지나면 회수해 뻥튀기로 가공해 재판매했다. 그는 “재고 부담도 줄이고 신선한 쌀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다”면서 “한국에서 뻥튀기 기계까지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에 백제미는 15파운드(6.8㎏)당 24.99달러에 팔렸다. 같은 양의 미국산 쌀이 15달러 내외에 팔렸지만, 현지 마트가 독점 판매를 요청할 정도 인기를 끌었다. 월마트와 코스트코는 2파운드(907g)짜리 백제미를 미국산의 2배 수준인 4.99달러에 팔기도 했다.

다만 지금은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2018년산부터 적용했어야 할 쌀 목표가격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쌀 목표가격은 소득보전 직불금 중 변동 직불금 지급을 위한 기준가격으로 5년마다 정부에서 정한다.

임 대표는 “쌀값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쌀 목표가격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이를 아는 현지 유통사가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브랜드 인지도 유지를 위해 잠시 수출을 중단했지만 쌀 가격이 확정되는 대로 미국을 넘어 중국까지도 우리 쌀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산=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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