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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영민 '설교' 상조 '단호' 의용···국감장 흔든 3실장 설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내용 못지 않게 청와대 참모들의 답변 스타일이 눈길을 끌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핵심 참모들의 답변 태도가 판이하게 달라서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이들의 답변 태도를 둘러싸고 언쟁도 벌어졌다.

①버럭한 노영민 “대통령 함부로 말하지 마!”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국감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국감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감장에서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언성을 높이며 ‘버럭’ 화를 냈다. 언쟁은 김 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관련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의원=“실장이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

▶노 실장=“검찰개혁, 제도 속에 내재화된 불공정까지 해소해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실천하는데….”

▶김 의원=“책임지고 물러나라는 게 국민의 소리다. 무슨 제도를 운운하나.”

▶노 실장=“제도가 아니라 ‘제도 속에 내재화된 불공정’이라 말을 했다.”

▶김 의원=“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 대통령 닮아가나?”

‘대통령 닮아가나’는 표현이 등장하자 노 실장이 격분했다. 노 실장은 화난 표정으로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무슨 대통령 닮아간다는 말을 하냐”며 김 의원에게 따졌다. 또 이인영 운영위원장(더불어민주당)에게도 “모욕적인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해 지적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하냐”고 재차 따지자, 노 실장도 지지 않고 “대통령에 대해 그렇게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며 맞섰다.

노 실장은 버닝썬 사건'에 연루됐던 윤모(49) 총경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친인척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는 주장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거짓말 중 새빨간 거짓말이고 사실이 아니다. 민정수석실 내에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노 실장은 지난 8월 운영위에서도 한 차례 버럭한 적이 있다. 당시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김지태씨 상속세 소송 당시 문 대통령이 허위 증거자료를 제출해 승소했는데, 문 대통령에게 이에 가담했는지 물어볼 것이냐”고 묻자 노 실장의 표정이 굳었다. 노 실장은 “지금 한 말 책임질 수 있나. 여기서 말하지 말고 정론관 가서 하라”고 곽 의원에 따졌다. 이 과정에서 펜을 들고 마치 삿대질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 ‘삿대질 논란’이 일었다.

②설교하는 김상조…여당 위원장도 “실장님 잠깐만요” 제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말을 가능한 많이 하려다 야당 의원은 물론 여당 소속인 이인영 위원장의 제지를 받았다. 답변 자체도 긴 편에 속했다.

김 실장의 ‘끼어들기’는 이날 송언석 한국당 의원 질의 직후 나왔다. 송 의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정확히 답변하지 못하는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호통을 친 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집중 질타했다. 그런데 김 실장이 “제가 답변드려도 되겠냐”며 갑자기 끼어들었다. 송 의원이 “경제 수석에게 물어봤다”고 해 답변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수석 답변이 끝난 뒤 김 실장은 “저, 위원장님, 위원장님. 경제수석이 답변을 했지만 정책실장으로서 보충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허락해달라”라고 한 뒤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인영 위원장 허락이 채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김 실장은 계속 말을 하며 장내 소란이 일었지만 김 실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경제통계를 비교할 때 특히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급기야 이인영 위원장이 “실장님 잠깐만요”라며 했지만 이마저도 처음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잠시 후 말을 멈춘 김 실장을 향해 이 위원장은 “조금 억울하시더라도 다시 대답하실 수 있는 시간이 분명히 있으니까 그거를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③“전쟁 위협 현저히 감소” 단호한 정의용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정의용 실장은 이날 답변 태도로 논란이 일진 않았다. 다만 단호한 어조로 민감한 의제를 설명했다. 해석의 여지도 거의 남기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상(喪) 중인데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장례 절차를 마치고 청와대로 사실상 복귀한 다음 발사가 됐다”고 답했고, 정유섭 한국당 의원이 “노영민 실장이 (앞서) 문재인 정부의 가장 잘한 일로 한반도 전쟁위협 제거를 꼽았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을 때는 “전쟁 위협이 현저히 감소한 건 틀림 없는 사실”이라고 맞받았다.

다만 정 실장도 지난 8월 운영위에서는 노영민 실장 못지않게 버럭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당시 정 실장의 답변 태도를 지적하며 “초선이라고 무시하나”(김현아 한국당 의원)는 지적이 나오자 정 실장은 “의원님이 저를 무시한 것, 저도 불쾌하다”며 부딪쳤다. 이 과정에서 정양석 한국당 의원과도 격돌했다. 자신을 나무라는 정 의원에게 “존경하는 분인데…”(정의용)라며 탄식한 뒤 정 의원이 “존경하지 마세요”라고 핀잔을 주자 “뭐라구요? 이보세요”(정의용)라며 언성을 높인 적이 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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