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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으로 아들 보내고 남은 아들마저”…부기장 모친 오열

중앙일보

입력

중앙119구조본부 항공구조구급대. [뉴스1]

중앙119구조본부 항공구조구급대. [뉴스1]

“누나가 아들 둘을 모두 잃게 될까 봐 지금 제정신이 아닙니다.”

중앙119구조본부 부기장 이모(39)씨 외삼촌 인터뷰 #“조카 헬기 조종 경력 10년 넘은 베테랑 조종사” #7살배기 아들 둔 아빠…3년 전 간암으로 남동생 숨져 #

독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 사고 피해자 중 1명인 부기장 이모(39)씨의 외삼촌 김화선(58)씨가 퉁퉁 부은 눈으로 힘겹게 꺼낸 말이다. 1일 오전 5시 사고 소식을 듣고 차를 몰고 포항 남부소방서를 찾은 김씨는“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실종된 조카도 걱정이지만 누나가 버텨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포항 남부소방서 실종자 가족 대기실 앞에서 만난 김씨는“누나의 둘째 아들이 3년 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이번 사고로 장남마저 잃을 위기에 놓였다. 아들 둘을 모두 잃게 되면 누나가 남은 날들을 어떻게 견뎌 나갈 지 벌써 걱정이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에 따르면 강원도 원주가 고향인 이씨는 비행학교를 졸업한 뒤 공군에 입대했다. 전역 후 이씨는 전투기를 조종하다 강원도에서 닥터헬기 조종사로 활동했다고 한다. 3년 전 중앙119구조본부로 소속을 옮기면서 대구로 이사를 왔다고 한다. 김씨는“조카가 군대에서도 헬기를 조종했으니 경력이 10년이 넘는다”며 “실력을 인정받은 베테랑 조종사”라고 말했다.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와 관련 소방청 사고 대책본부가 1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부소방서에 설치됐다. 대책본부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뉴스1]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와 관련 소방청 사고 대책본부가 1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부소방서에 설치됐다. 대책본부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뉴스1]

10년 전쯤 결혼한 이씨는 7살배기 아들이 한 명 있다고 한다. 이씨의 아내와 아들, 이씨의 부모 모두 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울릉도로 들어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김씨는“조카가 어릴 때 내가 업고 다닐 정도로 좋아했다”며 “조카 중에서 가장 아끼는 조카다. 내 아들처럼 아꼈는데 이런 사고를 당했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평소 과묵한 성격의 이씨는 부모에게 한 번도 야단을 맞을 적이 없을 정도로 바른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지난 4월 강원도에 대형 산불이 났을 때 현장에 투입돼 산불 진화 작업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조카에게 헬기 타면 위험하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강원도 산불 이야기를 꺼내더라”며 “공중에 뜬 상태에서 저수지에 있는 물을 퍼 올릴 때 조금 위험하다는 말을 하더라. 이 외에는 평소 업무 환경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본부를 비롯해 해경 모두 수색을 위해 고생 중인 것을 알지만 좀 더 최선을 다해달라”며 “조카가 누나의 품으로 빨리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이은지·김윤호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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