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I have a dream' 떼창에…끝내 눈시울 붉힌 한샘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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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하 한샘 회장이 1일 상암동 한샘사옥에서 직원들이 선물한 공로패와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 최 회장은 이날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사진 한샘]

최양하 한샘 회장이 1일 상암동 한샘사옥에서 직원들이 선물한 공로패와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 최 회장은 이날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사진 한샘]

“마지막 회의에서도 질책과 야단을 쳐 실망하고 서운하기도 했을 거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들께 죄송하다. 하지만 그게 약이 되어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는 한샘인이 되기 바란다. 한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샘 사옥 2층 대강당. 25년간 맡았던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최양하(70) 한샘 회장은 이렇게 입을 열었다. 그는 용퇴 결정에 대해 “지난 40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걸 보며 우리 한샘 가족은 새로운 한샘의 미래를 계획해야 하고 저는 제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한샘의 50주년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 50주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회사와 직원 걱정에 이임사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IMF 위기를 기회로 성장했지만 (주식) 상장을 통해 자금력이 풍부해지니 우리 임직원들이 긴장감을 놓기 시작했다”며 “회사는 어려움이 있을 때보다 상황이 좋을 때 리스크가 더 크다는 걸 배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국내 시장에서는 고도성장을 할 수 없다”며 “해외 지사가 더욱 성장해 국내에서만 매출 2조가 아니라 해외 지사 하나가 매출 2조를 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해 세계 속의 한샘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업은 본사 직원들뿐만 아니라 대리점 영업사원, 시공 협력사원, 협력업체 사원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라며 “모든 문제점과 해결방법은 시장과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양하 한샘 회장이 1일 상암동 사옥에서 이임식에 참석했다. 그는 "회사의 성공이 여러분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며 "분야에서 최고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한샘]

최양하 한샘 회장이 1일 상암동 사옥에서 이임식에 참석했다. 그는 "회사의 성공이 여러분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며 "분야에서 최고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한샘]

최 회장은 직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제가 그래왔듯이 회사를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여러분의 꿈과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며 “여러분의 성공은 회사의 성공이 되지만 회사의 성공은 여러분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여러분이 최고가 되고 그런 최고인 사람들이 모여서 한샘이 최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 월례조회를 겸해 열린 이임식은 간소하게 진행됐다. 한샘 직원은 최 회장에게 공로패와 꽃다발을 증정했다. 일부 직원들은 혼성그룹 아바의 곡 I have a dream을 불러 최 회장에게 선물했다. 평소 그가 즐겨 부르던 팝송이다. 이임식에 앞서 최 회장의 업적 등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최 회장은 영상이 끝날 무렵 눈시울을 붉혔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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