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옥고를 치른 윤모(52)씨가 다음 달 4일 최면·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기로 했다.
윤씨의 재심을 돕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는 3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정과 나름의 원칙'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박 변호사는 "윤씨가 다음 주 월요일(4일) 경찰에서 최면조사와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는다"며 "우리가 적극적으로 원한 조사다. 경찰이 윤씨의 진술을 의심해서 하는 조사가 아니라 진술증거의 의미가 튼 상황에서 관련자로서 최대한 협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월요일 조사로 윤씨에 대한 경찰 조사는 사실상 마무리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과거 윤씨를 수사한) 당시 경찰관들이 마음을 바꾸어 대질조사가 성사되는 상황이 되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도 "30년 전 사건이라 윤씨의 기억이 명확하지 않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법 최면 수사는 월요일에,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검증 사진에 담 넘는 장면은 없어
전날 진행된 참고인 조사에서 경찰은 윤씨에게 1989년 8월 10일 촬영된 여러 장의 현장검증 사진을 보여줬다고 한다. 사진 속엔 윤씨가 담을 넘는 모습은 없었다고 박 변호사는 전했다. 윤씨의 항소심 판결문에는 당시 2차례 현장검증이 있었고, 윤씨가 담을 넘어서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갔다고 쓰여 있다.
윤씨는 앞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수사기록엔 담을 넘었다고 돼 있는데 넘지 않았다. 그 시절 시골 담은 비가 오면 흔들거렸다. 내가 담을 잡았을 때도 흔들거려서 현장검증 때 넘는 시늉만 했다. 뛰어넘었으면 담과 같이 쓰러졌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신 윤씨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피해자의 방에 침입하는 과정을 재연한 사진은 있었다고 한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사진 속에는 당시 윤씨를 조사한 담당 검사의 모습도 있었다. 박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씨는 현장 검증이 한 차례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당시 현장검증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윤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 "11월 중순까진 재심 청구할 것"
윤씨 측은 11월 중순까진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재심청구서는 관련법에 따라 이 사건 원판결을 내린 수원지법에 제출해야 한다.
박 변호사는 "아직 경찰이 진행해야 할 절차가 남아있고 변호인들도 재심청구서 작성 등 시간이 필요하다"며 "청구서를 제출할 때 기자간담회를 열어 구체적인 재심사유 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