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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경찰의"오리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서울동부경찰서 화양 파출소에서 21일 새벽 벌어진 경찰관들의 취재기자 집단구타사건은 최근 공권력 확립 요구의 소리를 빙자한 공권력행사 일탈의 현장을 그대로 드러낸 언론탄압의 표본이었다.
『×할 놈. 뭐하는 ××들이야』
『기자면 다냐, 개××』
『너 같은 놈 죽이는 것 우습지도 않아』
『옷을 벗어도 좋다』
어엿하게 제복을 차려입은 3명의 경찰관과 2명의 방범대원은 강도사건을 확인하러간 기자2명을 파출소 문까지 걸어 잠근 채 30여분간 마구잡이로 구타했다.
집단폭행으로 쓰러진 기자는 목이 졸리고 안경이 깨졌다. 그들은 기자가 실신하자 구둣발로 짓밟기까지 했다.
민생치안에 수없이 구멍을 내면서도 힘을 엉뚱한 방향으로 행사하는 우리 경찰의 면모를 보는 것 같아 분노와 함께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관할 허남오 서장은 찾아간 보도진에게 사과 한마디 않은 채 기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기자들의 언동을 전부 녹음해 두라』고 부하직원에게 엄포를 놓더니 구타사실을 폭로하는 피해기자에겐 『야, 맞았다면 옷을 벗어봐』라고 엉뚱한 주문을 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뒤늦게 엄청난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곤 기자들을 찾아다니며 사과하는 촌극을 벌였다.
무엇보다 놀라운 일은 이날 오후에 벌어졌다.
「폭력경찰」들이 감찰조사 과정에서『때린 일이 없다』『기자들이 난동을 부렸다』고 진술, 사건을 은폐·조작까지 했다.
그러나 전후상황을 쉽게 알 수 있는 그 밖의 많은 경찰관들은『13만 경찰의 얼굴에 먹칠을 한 일이었다』며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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