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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체 수수료 0 … ‘오픈뱅킹’ 편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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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편리한 데다 공짜라니. 안 쓸 이유가 없다. 30일 시작된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해본 결론이다. 오픈뱅킹 서비스 도입으로 사실상 ‘전 은행 계좌이체 수수료 공짜’ 시대가 열렸다. 이날 오픈뱅킹 서비스를 개시한 은행은 10곳(농협·신한·우리·KEB하나·기업·국민·부산·제주·전북·경남은행)이다. 10개 은행에서 총 18개 은행(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의 입출금 계좌 조회·이체가 가능해졌다. 이날 오전 9시 서비스 시작 시점에 맞춰 기자는 계좌를 보유한 신한은행의 ‘신한 쏠’과 기업은행 ‘아이원뱅크’ 애플리케이션에서 각각 오픈뱅킹 서비스를 등록했다.

모든 은행 연결서비스 써보니 #신한은행 타은행 계좌 자동 제공 #기업은행은 일일이 입력해 줘야 #앱 하나로 모든 입출금계좌 관리 #규제 막혀 예·적금 미제공 아쉬움

신한 쏠 앱은 약관에 동의하자 다른 4개 은행(기업·대구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에 보유한 입출금계좌 번호가 알아서 떴다. 이 중 어느 계좌를 등록할지 체크한 뒤, 계좌 비밀번호 입력과 자동응답시스템(ARS) 인증을 거치자 타행계좌가 등록됐다. 이후엔 앱에 접속해 ‘전체 계좌 조회’를 클릭하면 실시간으로 타행계좌 잔액까지 조회할 수 있다.

기업은행 아이원뱅크 앱은 등록 방법이 조금 달랐다. 다른 은행 계좌를 일일이 직접 입력해야 했다. 휴대전화 인증을 거쳐 우선 카카오뱅크 계좌 하나만 등록해봤다. 오픈뱅킹은 조회뿐 아니라 이체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아이원뱅크 앱에서 카카오뱅크 계좌 속 잔액 중 1만원을 신한은행으로 이체해봤다. 수수료 없이 6자리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쉽고 빠르게 송금이 완료됐다. 기업은행 계좌 속 잔액을 이체하는 것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편리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닌 일반 시중은행은 대부분 모바일뱅킹을 이용한 타행 이체(다른 은행 계좌로의 이체)에 5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보통 이 수수료를 면제 받으려면 급여이체 같은 실적을 채워야 한다. 그런데 이날 오픈뱅킹 서비스 시범실시에 맞춰 국민·신한·기업은행은 ‘오픈뱅킹 등록 시 이체 수수료 무료’를 선언했다. 어느 은행 계좌이든 공짜로 이체할 수 있게 됐다. A은행 계좌를 국민·신한·기업은행 오픈뱅킹에 등록한 뒤 오픈뱅킹을 통해 이체하면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굳이 수수료가 붙는 A은행 앱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서다. 이체 수수료를 없앨 수 있는 강력한 우회로가 생긴 셈이다.

기존에도 토스와 카카오페이 같은 간편송금 업체가 편리한 공짜 송금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다. 다만 이들 업체는 현재 월 10회까지만 무료이고 11회째부터는 5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오픈뱅킹은 가장 편리한 하나의 금융앱만 있으면 모든 은행 입출금 계좌의 조회·이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그만큼 각 은행 간 앱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그 영역이 입출금 계좌 조회·이체에 그친다는 점은 한계다. 예금·적금 계좌 정보는 오픈뱅킹을 통해 제공되지 않는다. 여러 은행에 흩어진 자산을 한데 모아 관리할 수 있게 하려면 정부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사업’ 도입이 필요하다. 이는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에야 가능하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 같은 제2금융권 계좌는 아직 접근이 안 된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의 오픈뱅킹은 통합조회·타행이체 수준이어서 기존 토스·카카오페이 제공 서비스와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며 “오픈뱅킹만으로는 큰 파급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다른 규제 개혁까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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