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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여행] 강원도 영동선 구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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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과 경북 영주를 잇는 영동선 중 태백시.삼척시.강릉시에 걸쳐 있는 강원도 영동선 구간. 많은 이는 이 구간을 기차 여행 코스의 백미로 꼽는다.

기차가 거꾸로 가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스위치 백(switch back)이 있고, 열차 내에서 바다를 보며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치 백은 경사가 가파른 산간 지방을 열차가 지날 수 있도록 Z자 모양으로 철길을 내고, 이 중 사선('/') 구역을 후진으로 통과하는 운행 방식. 전국에서 유일하게 영동선에만 있다. 태백시 흥전역과 나한정역 사이 1.5㎞다.

철로를 직선 형태에 가깝게 놓는 게 상식이라면 흥전~나한정 구간의 바깥 부분에 각각 있는 통리역(해발 6백80m)과 도계역(2백45m)을 연결해야 했다. 하지만 두 역의 표고 차가 4백35m. 철로를 놓을 당시 '철로 직선거리 1㎞ 구간 양쪽 끝의 표고차가 30m 이상이 돼선 안된다'는 당시의 기술 한계 때문에 스위치 백 구간이 태어난 것이다. 스위치 백이 이루어지기 전 안내방송이 있지만 졸다가 방송을 못 들은 사람은 당황하게 마련이다. 잘 달리던 열차가 갑자기 뒤로 움직이니 누군들 놀라지 않으랴.

태백.삼척의 내륙을 통과해 동해시 동해역에 닿으면 기차는 이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달린다. 묵호역에 가는 도중 한산한 바닷가를 잠시 만나고, 이어 완행 열차(통일호)만 서는 망상역을 통과해 송림 앞을 스치는 듯하다 드넓은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망상해수욕장이다.

옥계역에 가까이 가면서 바다가 사라졌다가 정동진역에서 다시 바다를 만난다. 정동진.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곳이다. 드라마 '모래시계' 방영 이후 유명해져 주말에는 하루 7천~8천명이 찾아온다.

정동진역에서 다음 역인 안인역까지가 본격적인 해안 구간. 7㎞를 달리며 잠시도 바다와 헤어지지 않는다. 열차와 바다 사이에 놓인 것은 철조망뿐. '손에 잡힐 듯 바다가 가깝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강릉행 열차, 태풍 피해로 노선 변경=서울.부산.동대구 등지에서 강릉까지 가는 열차 노선은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 때문에 운행이 중단됐다가 10월 1일 운행이 재개됐다.

다만 영동선 중 경북 영주역~강원도 태백시 철암역 구간의 복구가 안 끝나 부산 및 동대구발 강릉행 열차는 제천~태백 구간으로 우회해 운행하고 있다.

스위치 백과 동해 해안 구간을 체험하기 위해 열차를 탄다면 영동선 태백역(033-552-7788) 정도를 출발점으로 삼는 게 편한다. 서울~강릉 구간의 경우 일곱시간 넘게 소요되니 말이다. 태백역에서 주중의 경우 낮 12시28분부터 하루 5회, 주말에는 낮 12시9분부터 하루 10회 강릉행 열차가 떠난다. 2시간20분 소요.

강릉.동해.삼척.태백=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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