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관두고 낚시나 다니자"는 유시민에게 홍준표가 한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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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8일 “내년에 총선이 있으니 장내로 들어가 마지막으로 인생을 정리하는 정치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tbs 라디오서 내년 총선 출마 시사

홍 전 대표는 이날 저녁 주진우(전 시사인 기자)씨가 사회를 맡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오늘은 음악 얘기만 하겠다. 정치 얘기 안 하겠다”고 했던 홍 전 대표가 ‘깜짝’ 출마 의지를 밝힌 건 주씨가 청취자들의 문자를 소개하던 중,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보낸 문자를 읊으면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사진 JTBC '썰전' 제공]

“한 애청자가 홍 전 대표에게 캔자스(Kansas)의 ‘Dust in the wind'란 노래를 선물했다”고 운을 뗀 주씨는 “‘정치가 다 바람 먼지 같은데, 정치 그만두고 함께 낚시나 다니자’고 전해달라고 유시민 애청자가 보내왔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는 최근 몇 차례 유튜브 등에서 토론을 벌인 진보‧보수 진영의 ’맞수‘다.

홍 전 대표는 “‘정치를 관두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일이 있다. 그런데 정치를 관두고 난 뒤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변호사인데, 도저히 변호사는 할 수 있을 거 같지 않더라”고 했다. 이어 “젊은 나이라면 다른 길이라도 가보겠는데, 나이가 60이 넘었다. 올해로 공직 생활 38년째인데 아직 뚜렷하게 정치 관두면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일이 없다”며 “그래서 내년에 마지막으로 정치를 한 번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홍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씨가 “지금껏 한 정치 말고(다른 정치를 한단 건가)”라고 되묻자, 홍 전 대표는 “지금은 장외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총선이 있으니 장내로 들어가서 마지막으로 내 인생을 정리하는 정치를 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씨가 “지역구는 어디로 할 거냐”, “주로 수도권 음악을 들으냐”고 묻자, 홍 전 대표는 “오늘 정치 얘긴 하지 말고 음악 얘기하자”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인터뷰 말미에 한 차례 더 ‘정치 얘기’가 있었다. “노래를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없느냐”는 주씨의 질문에 홍 전 대표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거론하면서다. 최근 홍 전 대표는 손 대표를 향해 “더 이상 버티면 추해진다”며 사퇴할 것을 권했다. 두 사람은 과거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시절 한솥밥을 먹은 정치 선·후배 사이다. 홍 전 대표는 “손학규 선배에게 가수 이용복 씨의 ‘그 얼굴에 햇살을’이란 노래를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옛 예기도 잊었다 하자 약속의 말씀도 잊었다 하자/그러나 눈 감으면 잊지 못할 그 사람은/저 멀리 저 멀리서 무지개 타고 오네’란 가사의 노래다. 주씨가 “좋은 뜻인가, 나쁜 뜻인가”라고 묻자 홍 전 대표는 “지금 손학규 선배 입장에 딱 맞는 노래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 전 대표는 주씨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게는 (노래를) 선물하고싶지 않느냐”고 하자 “손학규 선배한테 보내자”며 즉답을 피했다. 최근 홍 전 대표는 나 원내대표를 향해 “아들 이중국적 여부를 밝혀라”, “윤석열(검찰총장의) 칼날이 들어오는 데 자축파티냐”고 거듭 비판한 일이 있다. 주씨가 “‘홍도야 우지마라’는 어떤가”고 하자 홍 전 대표는 “그건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생각해서 한 노래”라고 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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