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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 확률 낮은 장기실업자 쌓인다…돈 풀어도 효과는 별로

중앙일보

입력

경력단절을 겪은 사람은 다시 구직전선에 뛰어들어도 3개월 이상 장기실업자가 될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4일 대구에서 열린 '2019 대구여성행복 일자리박람회' 현장. [뉴스1]

경력단절을 겪은 사람은 다시 구직전선에 뛰어들어도 3개월 이상 장기실업자가 될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4일 대구에서 열린 '2019 대구여성행복 일자리박람회' 현장. [뉴스1]

취직 확률이 낮은 장기실업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자동화·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28일 한국은행의 ‘실업자의 이질성 분석: 구직기간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구직기간이 3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가는 증가 추세를 보인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1073만명) 중 장기실업자는 492만명으로 45.9%를 차지했다. 2013년 전체 실업자의 36.1%에 그쳤던 장기실업자는 이후 해마다 비중이 커지고 있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과장은 “2013~2015년 산업 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장기실업자가 많이 유입된 데다, 전체 실업자의 취직확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장기실업자가 실업에서 벗어나기가 더 어렵다는 점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장기실업자가 1개월 이내에 취직할 확률은 33.4%로 단기실업자(53%)보다 낮다. 매달 새로 유입되는 실업자 36만명(2006~20019년 평균) 중엔 단기실업자(24만5000명)가 장기실업자(11만5000명)보다 배 이상 많지만, 장기실업자가 계속 쌓이고 있는 이유다.

커지는 장기실업자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커지는 장기실업자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은 분석에 따르면 장기실업자가 되느냐 아니냐는 성·연령·학력·산업과는 큰 관련이 없다. 대신 실업 사유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발적 퇴사가 아니라 해고를 당했거나 또는 경력 단절자가 노동시장에 재진입한 경우엔 장기실업자가 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장기실업자의 증가는 경기가 아닌 구조적 요인 때문으로 분석됐다. 자동화로 인해 중간직급이 사라지고, 고령화로 노령층이 일자리 구하기에 나선 것이 장기실업자 증가로 이어졌다는 추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장기실업자 비중이 높으면 실업률 하락이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며 “정부가 정책으로 대응할 여력도 작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는 총수요 정책으로는 고용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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