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기된 무인정찰기 사업…전작권 전환 검증 '발등에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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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발 중인 중고도 무인 정찰기(MUAV) 사업이 최근 시험평가 단계의 문제로 사업 기간이 또 다시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첫 시험평가가 계획된 뒤 3번째 지연으로 빨라야 2021년 양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고고도 무인 정찰기(HUAV) 글로벌호크 도입에 이어 MUAV까지 배치에 차질이 빚어지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정찰 자산 확보에 공을 들이는 군 당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고도 무인 정찰기 사업 시험평가 3번째 연장 #글로벌호크도 아직인데…초조해진 軍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 중인 MUAV [사진 ADD 홍보영상 캡처]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 중인 MUAV [사진 ADD 홍보영상 캡처]

27일 군 당국과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지난 9월로 예정된 MUAV 개발 사업의 체계개발 완료 시점이 2020년 6월로 9개월 미뤄졌다. 지난 7월 시험평가 중 대기자료장치의 센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다. 군 소식통은 “악화된 기상에서 고도, 위치 등을 측정하는 센서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해당 문제를 대부분 해결했고 재비행시험을 위한 의결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목표대로라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총 사업비 4884억원이 들어간 MUAV 사업은 2008년 논의가 시작돼 2017년 10월 개발이 완료돼야 했다. 이후 양산이 시작되면 2020년에는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는 게 군 당국의 계산이었다. 지난해 공군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청사진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험비행에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하면서 일정이 꼬였다. 2017년 10월 개발 완료 계획은 데이터링크 송수신 영역에 문제가 생겨 2018년 12월까지로 미뤄졌고, 2018년 12월 개발 완료 계획 역시 날개 결빙 현상으로 해를 넘겼다. 향후 일정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는 전제로 내년에 양산을 위한 예산을 확보한 뒤 2021년부터 양산이 가능하다.

군 내부에선 MUAV 배치가 더 늦어져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전작권 전환 검증 과정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MUAV 보유 여부는 이들 조건 중 감시정찰 자산 확보 영역과 직결된다. 정부 관계자는 “MUAV 사업은 전작권 전환을 염두에 두고 속도를 냈다”며 “이는 현 정부 임기 내(2022년 5월) 전작권 전환을 완료한다는 목표와 무관치 않다. 현재 우리 군 정찰 작전 능력을 감안하면 MUAV를 가졌느냐, 안 가졌느냐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MUAV는 10~12㎞ 상공에서 100㎞ 밖을 들여다보며 고해상도 영상을 획득할 수 있다.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에 의한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정찰 자산의 중요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해당 비행금지구역에 따르면 군사분계선(MDL) 기준 서부 10㎞, 동부 15㎞ 지역 안에서 정찰 무인기를 띄울 수 없다. 기존 보유한 군단급 등 무인 정찰기의 탐지거리가 20km 이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행금지구역 밖에서 MUAV의 정찰능력을 확보하는 게 더 시급해졌다는 의미다.

글로벌호크. [사진 미 공군]

글로벌호크. [사진 미 공군]

미국으로부터의 글로벌호크 도입이 미뤄지는 점도 군 당국으로선 부담스럽다. 지상 20㎞의 고도에서 약 200㎞ 탐지거리를 지닌 글로벌호크 역시 전작권 전환과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대비해 지난 5월 들여오기로 했지만 광학·열상(EO·IR) 센서 등의 문제로 도입 시기가 연내로 조정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군이 인도받기로 한 4대 모두를 올해 받을 수 있도록 미측과 협의하고 있다”며 “내년 5월 안에는 글로벌 호크 도입과 함께 영상판독 처리체계 구축까지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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