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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퇴장하는 한국당 의원들 급히 따라가 악수 청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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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연설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약 5초 동안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등만 바라봐야 했다. 22일 취임 후 3년 연속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문 대통령은 한국당 의석을 먼저 향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연설 종료 직후 줄줄이 본회의장을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일부 남은 한국당 의원과 어색한 악수를 한 뒤 퇴장하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급히 따라가서 먼저 악수를 청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한국당 의원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해에도 문 대통령이 연설 직후 먼저 다가오자 걸음을 멈추고 인사를 나눴었다. 당시엔 문 대통령이 김성태 원내대표 등과 웃으며 악수하는 등 잠시 화기애애했지만 이번엔 더 냉랭했다.

“불공정” 언급에 한국당 “조국” 외쳐 #연설 전 “야당 목소리 경청” 지적에 #문 대통령 “전천후로 비난 하셔셔…”

연설 도중 박수는 28번 나왔다. 2017년 첫 시정연설 때 23회, 지난해 21회 보다 늘었다. 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손뼉을 치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는 대목에서만 대안신당(가칭) 등 일부가 박수에 동참했다. 가장 빈번하게 박수가 나온 건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의 필요성 등을 역설할 때였다. 문 대통령이 “국회도 검찰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 주시기 바란다”며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을 언급하자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며 손가락으로 ‘X’자를 만들어 들어 보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검찰개혁 부분 외에도 여러 번 야유를 보냈다.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이다” “한반도는 지금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 “정부는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민생법안들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등에서였다. 일부 의원은 귀를 막거나 “사과부터 하세요!” “협치를 하세요!” “그렇게 하지 마세요!”라고 고함을 질렀다. ‘불공정’이란 단어가 나오자 일부는 “조국! 조국!”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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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 연설 전 문 대통령은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만나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주영 국회부의장(한국당)이 “평소 야당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귀담아 주시고 하면 더 인기가 올라갈 것”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런데 뭐,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라며 소리내 웃었다. 황교안 대표는 “지금 여당이 야당일 때 마찬가지로 반대만 했다”고 응수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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