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검찰 인권규칙 월내 제정”…조국 수사 깜깜이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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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을 10월 안에 제정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검찰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심야조사·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형사사건 공개 금지도 함께 제정 #이달 내 시행 땐 조국일가 첫 수혜 #조국 사퇴 전 ‘셀프 규칙’ 제출 논란

해당 안이 이달 중으로 시행될 경우 검찰의 직접조사 가능성이 높은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조 전 장관 일가 수사가 ‘깜깜이’로 진행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령인 두 안은 법무부 장관 대행인 김오수 차관의 서명만 있으면 즉시 시행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검찰 개혁 방안을 조속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며 “심야 조사와 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등을 포함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형사사건 공개 금지에 관한 규정’도 10월 안에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법조계에선 조 전 장관 일가 수사가 ‘깜깜이’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인권보호 수사규칙(안)’ 제8절 ‘수사 상황의 공개 등’에 따르면 해당 규칙안이 시행될 경우 검찰은 기소 후에도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선 수사 내용을 일절 공개할 수 없다.

또 검사가 사건 관계인의 출석 일시와 귀가 시간 등 피의 사실이 아닌 조사 관련 사항을 공개하는 것도 금지된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 언론사의 과다한 취재 경쟁으로 인한 오보의 방지 등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수사 상황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기존의 ‘인권보호 수사준칙’에서 대폭 후퇴한 방안이다.

문 대통령의 공언대로 해당 규칙안이 이달 안에 시행될 경우 첫 수혜자는 조 전 장관 일가가 될 전망이다. 특히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에 이어 조만간 검찰 소환이 예상되는 조 전 장관의 경우,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조 전 장관의 검찰 소환 사실조차 알 수 없게 되는 등 이른바 ‘깜깜이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별건수사’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수사 도중에 다른 중대한 범죄 혐의가 튀어나오더라도 별건 수사니 덮어야 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권보호 수사규칙이 조 전 장관 사퇴 전 작성된 것도 논란거리다.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해당 규칙안의 제출자는 ‘국무위원 조국(법무부 장관)’으로 명시돼 있다. 해당 규칙안은 지난 15일부터 나흘간의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쳤다.

문 대통령이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함께 이달 중으로 제정하겠다고 밝힌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안)’에 대해서도 졸속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안은 아직 입법 예고도 되지 않은 상태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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