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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릴수록 손해지만…” 섬마을 고속버스 멈출 수 없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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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13일 전남 신안군 암태도 버스터미널에서 서울 남부터미널로 가는 고속버스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암태도는 지난 4월 내륙화돼 버스와 여객선이 같은 터미널을 사용한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3일 전남 신안군 암태도 버스터미널에서 서울 남부터미널로 가는 고속버스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암태도는 지난 4월 내륙화돼 버스와 여객선이 같은 터미널을 사용한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3일 오후 4시 전남 신안군 암태도. 선박이 오가는 여객선터미널 옆으로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가 손님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암태도는 지난 4월 4일 7.22㎞ 길이의 ‘천사대교’가 놓이면서 고속버스가 다니기 시작했다. ‘천사대교’ 개통 전까지 섬마을이던 암태도가 차량이 오가는 육지로 변한 것이다.

전남 신안 암태도-서울 잇는 버스 #28인승 버스 평균 승객 3~5명 선 #군 “교통복지 충족시킬 최소 기준” #4개월간 2억6000만원 적자 보전

이날 암태도에서 서울 남부터미널로 향하는 28인승 고속버스에는 승객 2명이 탑승했다. 이 노선은 편도 기준 1대당 13명 이상이 탑승해야 손해가 없지만, 평균 승객은 3~5명 수준이다. 승객이 적은 탓에 해당 노선이 개통된 지난 4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만 약 2억6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해당 노선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운행을 하는 것은 주민들의 교통편익 때문이다. 암태도 주민들은 천사대교가 연결되기 전까지 서울을 가려면 이른 새벽부터 40~50분 배를 타고 육지로 길을 나서야 했다. 압해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1시간30분 가량 버스를 타고 목포역으로 가야 서울로 가는 KTX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암태도로 돌아올 때는 이튿날 오전에야 출발하는 배를 타야 하는 탓에 숙박을 해야만 했다. 비금도에 사는 한 주민은 “서울을 다녀오려면 1박 2일, 2박 3일은 걸렸다”며 “자식들 보고 매번 내려오라고 하기도 미안해서 육지로 올라가는 부모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신안 암태도와 서울은 4시간30분 거리다. 암태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오전 8시와 오후 4시, 2차례 운행한다. 서울에서는 남부터미널에서 오전 9시와 오후 3시에 버스가 출발한다. 암태에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던 김모(52·여)씨는 “천사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쉽게 못 내려왔는데, 버스가 개통된 4월 이후로만 2번째 아버지를 찾아뵀다”고 했다.

당초 신안군과 금호고속 측은 교통 수요가 부족해 해당 노선이 손해가 날 것으로 예상했었다. 버스 개통도 신안군이 고속버스 운행 손해를 군비로 보전하는 조건의 협약을 금호고속과 맺으면서 이뤄졌다.

신안군에 따르면 암태도와 연륙교로 연결된 자은도·안좌도·팔금도 등의 주민들이 해당 노선의 혜택을 보고 있다. 암태도는 2109명, 안좌도는 3514명, 자은도는 2335명, 팔금도는 1159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암태도와 배로 오갈 수 있는 비금도·도초도·장산도·하의도 주민들도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주된 고객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버스 개통 후 10개 읍·면 섬마을 주민들이 서울과 일일생활권으로 연결된 교통복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암태도 주민 김모(62)씨는 “고속버스가 생긴 뒤로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로 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올해 추석 때는 ‘서울에 살던 아들 식구가 오랜만에 내려왔다’고 흐뭇해하는 주민도 있었다”고 했다.

신안군은 올해 6월 30일까지 손해를 본 상반기 손실보상금 1억5300만원을 금호고속에 지급했다. 장기적으로 서울행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을 늘림으로써 손실 폭을 줄이는 게 과제다. 금호고속도 “해당 노선을 운행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호고속 관계자는 “손익분기점을 운송원가로만 따져 최소 산정했기에 신안 해당 노선의 실제 손해액은 더 크다”며 “노선을 왕복 2회 운행하는 것도 손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교통복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진창일 기자 jin.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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