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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갇힌 아기 달래려···레바논에 '아기상어' 울려 펴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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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상어를 열창하는 레바논 시위대들. [유튜브 캡처]

아기상어를 열창하는 레바논 시위대들. [유튜브 캡처]

정부의 부패를 규탄하며 연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레바논에서 시민들이 한국 동요인 '상어가족'을 열창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다.

2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레바논 여성 엘리안 자보르는 19일 밤 생후 15개월인 아들 로빈과 차를 타고 베이루트 남쪽 바브다 지역을 지나던 중 시위대에 둘러싸였다.

자보르가 시위대에 "아기가 있으니 너무 큰 소리를 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자, 시민들이 일제히 율동을 하며 상어가족의 영어판 '베이비 샤크(Baby Shark)'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에 자보르는 "로빈은 이 노래를 좋아한다. 그는 집에서 그 노래를 들으며 웃곤 했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같은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레바논에서 확산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자보르는 자신이 겪은 일화를 말해주기도 전에 남편이 동영상을 먼저 봤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는 지난 17일 정부가 내년부터 왓츠앱 등 메신저프로그램 이용자에게 하루 20센트, 한 달 6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시작됐다.

35세 미만 청년의 37%가 무직일 정도로 높은 실업률과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와중에 만성적으로 부패한 정치권이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데 격분해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레바논의 국가 부채는 860억 달러(약 103조원)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0%에 이른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 내전을 겪은 레바논은 아직도 전기와 상수도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못하는 등 생활고와 정치권의 부패로 국민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자보르는 "아기를 위해 거리에서 동요를 부르는 시위대야말로 레바논 어린이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면서 "레바논 어린이들은 더 나은 미래를 가져야 한다. 로빈은 커서 이 동영상을 보고 레바논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싸웠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어가족은 2015년 국내 교육분야 스타트업인 스마트스터디가 유아교육 콘텐츠 '핑크퐁'을 통해 내놓은 동요다. 북미권 구전 동요를 편곡한 2분 길이 노래로, 쉽고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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