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안정자금 예산 계산법 바꿔 1000억 부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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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게 지원되는 내년도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안이 1000억원가량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용노동부가 세부 근거가 공개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내년도 예산안부터 계산법을 슬그머니 바꿨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 미만율 사업장 기준 #‘30인 미만→전체’ 슬그머니 바꿔 #추경호 의원 “예산 뻥튀기 감사를” #고용부 “정확한 예산 위해 변경”

21일 중앙일보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는 2020년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안을 산출할 때 적용하는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미만율)과 일용직 근로자 비율을 과거 기준과 다르게 적용했다. 내년도 예산안의 경우 기존 계산법 대로면 2조151억원(자금 운영비 제외)으로 책정되지만, 정부는 계산법을 바꿔 965억원가량 늘어난 2조1116억원을 예산으로 편성했다는 것이다.

2020년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안과 기존 계산법 비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20년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안과 기존 계산법 비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전체 근로자에 지원하는 금액에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근로자 몫을 빼는 방식으로 예산안을 짠다. 언제든지 사업장을 옮길 수 있는 일용직 근로자나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미만자)를 고용한 자영업자는 나랏돈을 지원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이 올랐더라도 계속 고용을 유지하는 자영업자에게 최저임금 인상분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쉽게 말해 계산법상 지원에서 제외되는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이나 일용직 비율이 낮아지면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은 늘어나는 구조다.

올해 예산안을 짤 때는 ‘30인 미만’ 사업체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적용됐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을 짤 때는 1인 이상 전체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5.1%)이 적용됐다. 전체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영세 사업장이 많은 30인 미만 사업체보다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추 의원은 정부가 산술 구조를 악용해 실제 적용했어야 할 비율보다 낮은 최저임금 미만율과 일용직 비율을 적용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일용직 비율은 ‘시간당 최저임금’ 기준이 아니라,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근로자가 최저임금 미만자로 ‘둔갑’할 수도 있는 ‘월평균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바꿔 계산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추 의원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자의 81.2%가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인데도 전체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을 적용하면 ‘예산 뻥튀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예산 편성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과 고용부는 “계산법 변경은 좀 더 정확한 예산안 산출을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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