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선은 피감기관, 말끝은 상대 당…“왜 죄 없는 차관 상대로”

중앙일보

입력

“오늘 죄 없는 법무부 차관을 상대로….”

국회 법사위 종합감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 대안신당(가칭) 의원은 21일 법무부·대법원·감사원·헌법재판소·법제처에 대한 종합감사 도중 이런 말을 꺼냈다. 여야 의원들이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상대로 질의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찬반을 두고 각자의 논리 설파에만 집중한 것을 두고서다. 김 차관은 공수처 설치의 당위를 역설하는 더불어민주당, 공수처 설치 반대 주장을 펴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모두에게 같은 답만 반복했다. “국회에서 합리적 방안을 만들어 결정해 주시면 따르겠습니다.”

김오수 법무부차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종합 국감에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김오수 법무부차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종합 국감에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국정 대신 '엄한 데'에만 집중하는 법사위 풍경은 첫날인 지난 2일과 진배없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지난 14일 이전에는 오직 ‘조국’, 그 이후에는 오직 ‘검찰개혁’이 화두였다. 이날 종합감사의 핵심어는 ‘공수처’였는데, 여야 의원들의 시선은 김 차관을 향해 있었지만 ‘말끝’은 맞은 편 상대 당을 겨누고 있었다.

“한국당 내에서도 (공수처 법안이) 당론이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 갑자기 공수처가 생기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약간 정치 선동 수준이거든요.”(김종민 민주당 의원)
“한국당 지도부가 이걸 주장했다? 개인의 의견이었어요. 우리가 여당일 때 152석이었는데, 공수처는 반대하고 추진 안 했어요.”(김도읍 한국당 의원)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법제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등 여야 의원들이 언쟁을 하고 있다 [뉴스1]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법제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등 여야 의원들이 언쟁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선거법 개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설치 법안을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여야 간 물리적 충돌에 대해 고발된 사건 관련해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정점식 한국당 의원은 지난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때 “(당시) 위험한 물건인 해머를 밀반입해서 출입문을 부순 사람은 민주당 당직자”라고 주장했었는데, 이를 두고 이날 감사 개시부터 설전이 오갔다.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당시 빠루 등을 들고 간 사람 중에서 당직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말씀 잘 못 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대해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정점식 의원은 증거에 의한 사실관계를 이야기한 것이다. ‘이 사람이 우리 당직자가 아니라 누구다’라고 반박을 해달라”고 받았다. 그러자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발언을 했으면 입증 책임자는 발언자한테 있다”고 반박했고,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그런 정치공세는 국정감사장에서 하지 말고 정론관에 가서 말씀하시라”고 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종합 국감에서 김오수 법무부 차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종합 국감에서 김오수 법무부 차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한편 법무부 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을 맡은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의 ‘막말’ 논란이 재점화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5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조 전 장관 후보자의 딸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가 공개됐을 때 ‘유출한 검사의 상판대기를 날려버리겠다’고 말했다”고 지적한 데 대해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사과하면서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나, 평소 피의사실이나 수사자료의 흘리기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던 제가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게 의견을 밝힌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본인이 기억났으면 죄송하다고 하면 되지, 짐작한다? 굉장히 비겁하고 (검찰개혁을 할) 자격이 없다. 파면하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고만 했다. 또 다른 막말 논란이 불거진 황 국장의 과거 트위터 계정과 관련, “법무부 인권국장으로 오시기 전 일이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 김 차관에 답변에 대해선 박지원 의원이 “장관 청문회도 임명 전 일을 따지는 것이다. 깨끗하게 잘못했다고 하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도 황 국장을 향해 “언행에 주의하라”고 거들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