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할 말은 다하는데 다르다…'정색' 윤석열 '호소' 조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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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침 없는’ 발언 스타일이 화제다.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감에서 여야 의원 질의에 내놓은 답변들이 한 계기가 됐다.

“윤 총장과 운명공동체”(무소속 박지원 의원)라는 얘기가 나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어떻게든 할 말은 다 한다’는 점에서 나름 공통점이 있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관전평이다. 하지만 답변 태도나 스타일 면에서 둘 사이엔 적잖은 차이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17일 대검 국감과 지난달 6일 있었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선보인 두 사람의 다른 화법을 비교해봤다.

①윤석열의 ‘여유’ vs 조국의 ‘긴장’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느라 바빴던 조 전 장관은 시종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반면 윤 총장은 끝까지 여유를 잃지 않았다.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은 아주 다르지만, 특정 진영의 공세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란 점은 같았다.

윤 총장은 가급적 질의를 끝까지 듣고 꼭 필요한 답변만 하려 했다. 해당 의원을 쳐다보며 대화하듯이 답변하는 편이다 보니, 자꾸 마이크에서 멀어져 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자연히 윤 총장의 답변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다.

조 전 장관은 수시로 많은 말을 했다. 의원 발언 도중에도 “그렇다” 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식으로 사실관계 하나하나에 코멘트를 달았다. 질문이 채 끝나기 무섭게 쏜살같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 스타일로 때론 긴박한 분위기를 빚어내기도 했다.

②윤석열의 ‘정색’ vs 조국의 ‘호소’

윤 총장은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된 질의가 나올 때마다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 “공직자로서 직분을 다 할 뿐”이라는 일관된 답변을 내놨다. 그러다 정색을 하는 장면이 두 차례 나왔다. 여당 의원이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접대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 신문에 대해 고소를 취하할 의향이 없는지 물었을 때, 박지원 대안신당(가칭) 의원이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백지 공소장’을 문제삼았을 때다. 윤 총장은 “사실관계가 확인됐다고 해서 고소를 취하하라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저는 사과를 받아야 되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또 박 의원을 향해선 “왜 공개적인 자리에서 특정인을 보호하시는 듯한 말씀을 자꾸 하시냐”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다음 날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9단 박지원이 검사 10단 윤석열에게 졌다”고 썼다.

조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왜 조국만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올 때 곤혹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그때마다 조 전 장관이 보인 화법은 낮은 자세로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검증 과정에서 사실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저희 식구들을 돌보고 싶다”며 “그런데 마지막 공직으로 해야 할 소명이 있다고 생각해서 고통을 참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또 “저보다 훨씬 많은 능력이나 도덕성에서 훌륭한 분이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특별히 잘 나서가 아니라, 검찰개혁에 대한 비판과 반발을 맞아가며 감당할 사람을 찾다 보니 부족하지만 제가 낙점된 것 아닌가 싶다”고 하기도 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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