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인천공항, 편법실적 업체에 150억원 활주로 공사 맡겼다"

중앙일보

입력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사)가 150억원 규모의 활주로 공사를 입찰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의 기술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일감을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항공안전기술원 국정감사. [연합뉴스]

18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항공안전기술원 국정감사. [연합뉴스]

18일 인천 영종도 인천공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인천공항 ‘4단계 북측 원격계류장 항공등화시설공사’와 관련, “이 공사를 낙찰받은 업체는 과거 몽골에서 70억원 규모의 비슷한 공사를 진행한 실적을 앞세웠으나 실제로는 공사에는 참여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항공등화 공사 실적이 전혀 없는 A사가 관련 기술력을 갖춘 B사와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삼성물산으로부터 ‘몽골 항공등화 공사’를 수주한 후, 항공등화 공사실적을 보유한 것처럼 증명서를 제출했다”며 “해외건설협회 등이 마치 A사가 항공등화 기술을 보유한 것처럼 증명서를 발급해 줘, 편법 해외 우회 실적을 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 4단계 공사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4단계 공사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연합뉴스]

인천공사는 지난해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확장과 제4활주로 건설을 골자로 하는 ‘4단계 사업’(총 사업비 4조 2000억원)을 추진했는데, 그 중엔 항공등화시설(Aeronautical Light Aids) 구축 사업도 있었다. 등화시설은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조명을 뜻한다.

박덕흠 의원이 인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사는 지난해 7월 30일 150억원 규모의 이 사업 입찰공고를 냈고, 같은 해 10월 10일 A 업체가 낙찰받았다. 그런데 A 업체가 낸 실적증명서의 내용이 실은 왜곡이었고, 인천공사도 이를 검증하지 않았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명확하지 않은 해외실적으로 국내 건설 진입장벽을 무너뜨린 편법이 발생한 것”이라며 “인천공항공사가 실적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을 보면 사전 결탁이 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인천공사가 기술실적 심사 과정에서 A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주장도 나왔다. 함진규 한국당 의원은 “인천공사가 A 업체의 항공등화 실적 검토에서 처음엔 863개 가운데 319개 등에 대해서만 공사실적을 인정했다가, A 업체의 보완 소명을 받은 후 863개 전부에 대해 다시 실적으로 인정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찰공고에 따르면 ‘철제 홀’이 있어야 등화공사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A 업체는 철제 홀이 포함되지 않은 공사를 모두 실적으로 인정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본환 인천공사 사장은 “지적받은 내용과 관련해 자체 감사관을 통해 소상하게 살펴보고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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