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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모독' 논란으로 번진 유니클로 광고 한글 자막 한 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니클로 광고의 한 장면. [뉴스1]

유니클로 광고의 한 장면. [뉴스1]

지난여름 국내 소비자로부터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던 유니클로가 논란에 또 휩싸였다. 이번엔 한국에서 공개된 광고 자막이 미국·일본과는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지난 2일 일본 공식 유튜브 채널에 유니클로의 인기 방한 제품인 ‘후리스’ 25주년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30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98세 패션 컬렉터 백인 할머니와 13세 패션 디자이너 흑인 소녀가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소녀가 물었다. “스타일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었어요? (How did you used to dress when you were my age?)”

할머니가 답했다. “맙소사,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하지 못해! (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

일본 유니클로 광고에서 해당 부분을 번역한 결과. [유니클로 유튜브 영상 캡처]

일본 유니클로 광고에서 해당 부분을 번역한 결과. [유니클로 유튜브 영상 캡처]

이 광고는 미국 유니클로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지난 10일 공개됐다. 한국에서는 지난 15일부터 TV 광고로도 방영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일본 광고와 다르게 한국 광고에서만 할머니가 말하는 부분의 자막이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로 표시됐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17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국 네티즌이 문제로 삼으며 알려지게 됐다. 이들은 “굳이 80년 전을 언급한 이유가 무엇이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냐”며 자막이 다른 이유를 의심하고 있다. 영상 속에서 언급된 80년 전인 1939년이 한국이 일본의 탄압을 받던 일제 강점기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39년은 일본이 ‘국가총동원법’을 근거로 강제징용을 본격화한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만 자막이 다르다는 지적이 SNS 등에서 퍼지게 되자 일부 한국 네티즌은 불매운동의 재확산을 예고했다.

한 네티즌이 “유니클로 꼭 사야겠니. 위안부 모독이다”라며 올린 한 트위터 글은 이날 오후 리트윗(공유) 수 2만2000여 회를 넘기도 했다. 이날 해당 영상이 올라온 미국·일본 유니클로 유튜브 채널엔 한국어로 “한국에서만 일제강점기 때인 ‘80년 전’이라는 자막을 삽입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항의 댓글이 달린 상태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98세와 13세 모델이 세대를 넘어 유니클로 후리스를 즐긴다는 점을 더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그런 자막을 넣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영상 속 할머니가 소녀의 나이었을 때가 약 80년 전이기 때문에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자막을 의역해 넣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위안부 할머니를 모독하기 위해 자막을 넣었다는 의혹이나 한일 관계에 대한 의도가 있었다는 등 온라인에서 제기된 여러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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