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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OUT]법 고치며 강해진 규제, 규제 완화보다 2.5배 많아

중앙일보

입력

[2019 연중기획] 규제 OUT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계열사들이 지주회사의 상표권을 사용하기 위한 거래 현황을 공시 의무사항에 추가했다. 지주사의 막대한 브랜드 사용료가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공시 의무가 추가된다는 부담뿐만 아니라, 브랜드 사용료 액수를 발표하면서 지주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우려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 활동의 부담을 키우는 공정위의 법령 개정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6년 동안 공정위가 개정한 법령 중 규제를 강화하는 법 개정이 규제를 완화하는 법 개정보다 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함께 공정위가 2014년부터 개정한 소관 하위법령의 규제·제재 현황을 분석해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7일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하위법령 규제 강화·완화 추이.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공정거래위원회 하위법령 규제 강화·완화 추이.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년 동안 시행령 61건, 시행규칙·고시·지침 등 행정규칙 219건 등 280건의 하위법령을 개정했다. 280건의 개정 중 규제를 강화한 사례는 81건, 규제 완화는 32건으로 조사됐다. 규제와 무관한 법 개정은 139건이었다. 이외에 제재를 강화 사례가 23건이었고 제재를 완화한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강화는 특정 행위의 절차나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것을 뜻하고, 제재 강화는 행위에 대한 과징금·과태료 등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규제 강화·완화 법령 비율 추이.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공정거래위원회 규제 강화·완화 법령 비율 추이.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규제 완화에 비해 규제를 강화하는 법 개정의 비율은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늘어났다. 2015년에는 규제 강화가 규제 완화보다 1.4배 많은 데 불과했지만, 2016년 2.3배, 2017년 2.4배를 기록하다 2018년에 5배를 찍으며 크게 늘었다.

 규제를 강화한 사례 가운데 법을 적용하는 대상자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거나 행위를 금지하는 ‘실체적 규제 강화’ 사례는 전체의 43.2%를 차지했다. 한경연은 지난해 7월 공정위가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대리점법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가중 수준을 최대 50%에서 80%로 높인 것도 규제를 강화한 사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절차가 늘어나는 차원의 규제 강화는 전체 법 개정의 55.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펼치는 혁신성장·규제 완화 기조가 경제 당국의 하위법령 개정 때문에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규제나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권리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하위법령을 통해 규제·제재에 접근하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한다”면서 “하위법령을 개정해 기업에 대한 실체적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석 의원은 “무분별한 시행령 개정이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지 않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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