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주거침입' 30대 남성, 징역 1년···강간미수는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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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에서 한 여성의 뒤를 쫓다 문고리까지 급하게 잡아당기며 집에 들어가고자 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됐다.

조씨의 범행은 지난 5월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신림동 강간범 영상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폐쇄회로 영상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뉴스1]

조씨의 범행은 지난 5월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신림동 강간범 영상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폐쇄회로 영상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김연학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씨(30)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1년을 선고했다.

조씨는 지난 5월 28일 오전 6시 3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역 부근에서 귀가 중인 20대 여성 피해자를 뒤따라가 원룸 침입을 시도했다.

당일 조씨는 피해자의 원룸까지 약 200m를 쫓아 현관까지 따라갔지만 집안으로 들어가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는 10여분간 문고리를 돌리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다. 피해 여성에게 “물건을 떨어뜨렸으니 문을 열어달라”고 말하며 벨을 누르기도 했다. 이런 과정이 CCTV에 그대로 잡혔고 여론은 들끓었다.

검찰, 강간 의도 인정해달라며 5년 구형했지만

검찰은 조씨에게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피해자에게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준 조씨의 행위가 강간죄의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는 폭행·협박이라고 본 것이다.

검찰은 징역 5년과 함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 7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및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 5년간 보호관찰, 야간 등 특정시간 외출 제한, 피해자 등 특정인에 대한 접근 금지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지난달 17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씨가 2012년 12월 길에서 지나가는 여성을 강제추행한 사실로 입건된 전력을 언급하고  “조씨는 여건이 조성되면 성범죄를 시도하려는 성향이 있다”며 강간의 고의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조씨 “강간의 고의에 대해서는 엄격한 증명 있어야”

조씨 측 변호인은 조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서도 강간의 고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조씨의 행동만으로 강간의사를 가지고 따라간 건지, 아니면 술 한잔 더 마시자고 하려고 따라간 건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강간의 고의에 대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최후변론에서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 것에 깊이 사죄한다”며 “잘못을 두번 다시 반복하지 않고 금주 치료도 반드시 받겠다”고 말했다.

법원 “강간 의도 인정 안 되지만 죄질 좋지 않아”

재판부는 도어벨을 누르거나 현관문을 두드리는 조씨의 행동만으로는 강간 의도가 있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따라서 강간미수 혐의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다만 “이른 아침 홀로 귀가하는 면식 없는 젊은 여성을 뒤따라가 공동주택 내부에 있는 엘리베이터, 계단까지 침입하였을 뿐만 아니라 거주하는 주거지까지 침입 시도해 주거 평온을 해한 사안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주거침입 혐의에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어 “법률상으로는 강간 범행 실행 착수의 고의가 없다 할지라도 일반적인 주거침입죄와는 달리, 피해자의 주거 및 평온을 해함으로써 성범죄의 불안이나 공포 야기한 사실만으로 피고인을 엄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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