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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 광주서 타는 경전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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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역무원이 기차표에 구멍을 뚫고 나면 그때부터 오롯한 추억 여행이다. 덜컹대는 완행 열차의 차창 밖으론 밭일하는 아낙의 주름살까지 또렷하다. 광주에서 전남 보성까지 통일호 열차로 두시간 남짓. 기차가 시골역에 설 때마다 혹 그리운 얼굴이 타진 않는지 살피게 되는 건 철로변 가을 벌판, 그 곳이 그토록 눈에 밟혔기 때문은 아닐는지.

창 밖 정취에 넋을 잃다 보면 어느새 보성역이다. 내릴 때가 되면 굳이 손목을 들여다 보지 않아도 배꼽 시계가 밥때가 됐음을 알린다. 메뉴가 익숙지 않을 땐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 게 상책. 송기준(53) 역장은 "보성에 왔으면 녹돈(綠豚) 삼겹살 정도는 꼭 먹어봐야 한다"고 권했다. "돼지에게 녹찻잎을 먹여 키워 고기가 야들야들하면서도 느끼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밥을 먹고 나면 가장 먼저 둘러볼 곳이 보성의 명물인 다원(茶園.차밭)이다. 역 앞 구름다리를 건너면 한 시간에 두 대꼴로 다원행 '농어촌 버스'가 있다. 15분 정도 걸리며 요금은 7백50원이다. 정류장을 못 찾겠으면 역에 물어보면 된다. 역무실에 가면 버스 시간표를 무료로 얻을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리면 동양.보성.봇재다원 등 여러개의 관광 차밭이 줄지어 있다. 이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이 대한다업㈜에서 운영하는 보성다원으로 차밭만 30만평에 달한다. 입장료가 없다는 것이 외려 미안할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여름향기' 등 TV 드라마와 여러 편의 CF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주말에 차밭을 찾으면 무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10월 말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후 2시부터 한시간 동안 서편제 보성소리, 다례(茶禮) 시연, 사물놀이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관광을 마치면 다시 버스를 타고 율포 해수욕장으로 향한다(소요시간 15분, 요금 7백50원). 썰물 때면 갯벌에서 조개.게 등을 잡을 수 있다. 해수욕장 한켠에 자리한 '율포 해수 녹차탕'은 꼭 들러봐야 할 명소. 보성군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대규모 목욕시설로 지하 암반층에서 뽑아올린 바닷물에 녹차를 풀어 피부 미용에 특히 좋다.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송기호(37)씨는 "창문 밖으로 바다를 보며 목욕할 수 있어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라고 말했다. 주말에는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 30분씩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붐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열며 요금은 어른 5천원, 어린이 3천원이다.

보성=김선하 기자

여행쪽지=광주역에서 오전 9시32분, 서광주역에서 오전 10시9분에 출발하는 통일호 열차를 이용해야 한다. 돌아올 때는 보성역에서 오후 6시8분에 광주행 막차가 있다. 늑장을 부리다 기차를 놓쳤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고 버스 터미널로 가 직행버스를 탄다. 오후 9시까지 광주행 버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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