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동영상 돈 받고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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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사용자제작콘텐츠(UCC)가 온라인에서 본격 거래되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공유하는데 그쳤으나 요즘은 개인끼리 사고 판다. 매매를 주선하는 온라인 장터도 다투어 생겨나고 있다.

이석우(28)씨는 연세대를 다니다 휴학하고 한의대에 가기 위해 수능을 준비 중이다. 수험생이지만 그는 요즘 다른 수험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하며 돈을 번다. 그 방법이 이색적이다.

이 씨는 동영상 공유 서비스 전문 사이트인 판도라TV에서 수능만점일지 채널(www.pandora.tv/969209)을 운영하고 있다. 1인 채널이다. 그 채널에서 이 씨는 수능 강의를 라이브로 한다. 집에서 영어.수학 등 학원 종합반 강의를 하고 이를 웹카메라로 생중계하는 것이다. 이 강의는 공짜로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씨는 지난달 말 이 강의의 라이브 시청권을 옥션에서 판매했다. 온라인 수강권을 판 셈이다. 이 강의는 종합반 개념의 소모임 과정으로 20명만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수강료는 1인당 6만원. 수강권은 금세 팔려나가 그는 12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동영상 사용자제작콘텐츠(UCC)가 온라인에서 본격 거래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네티즌들은 휴대폰.디카.캠코더 등으로 찍은 동영상을 온라인상에 올리고 이를 공유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 간에 사고 판다. 이들 콘텐츠를 경매에 붙여지기도 한다.

동영상 포털들은 다투어 UCC 동영상의 온라인 장터를 만들고 있다. 클릭 수가 많은 인기 동영상에는 광고를 유치해 제작자와 나누는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실시간 동영상 방송 엠튜브는 지하철 3호선 객차 내의 LCD모니터를 통해 실시간 방송을 한다. 판도라TV는 이 방송에 한 주간 인기 동영상 TOP10을 공급한다. 제공된 동영상은 매일 5회 지하철 3호선 모니터를 통해 방송된다. 판도라TV는 앞으로 그 수익의 일부를 UCC동영상 제작자에게 줄 예정이다.

한글과 컴퓨터는 지난 7일부터 UCC 동영상의 생산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C2C 시장 '크레팟'을 시범서비스 중이다.

크레팟은 개인의 전문 관심분야 정보로 꾸미는 일종의 미니홈피다. 개인이 촬영한 동영상은 물론이고 관련분야 이미지와 텍스트 등을 올릴 수 있다.

한글과 컴퓨터는 전문성을 가진 개인의 '크레팟'에 기업 광고를 유치한다. UCC를 보는 소비자로부터도 돈을 받는다. 그 가격은 제작자가 정한다. UCC 제작자에게 그 이익의 일부를 준다.

UCC 동영상을 본격 판매하는 사이트도 생겼다. 지난 11일 오픈한 싸이헬스(www.cyhealth.net)는 미니홈피와 카페의 기능을 접목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다. 헬스.다이어트.요가 등 운동과 관련한 동영상이 주된 콘텐츠다.

네티즌들은 UCC 동영상을 보고 일종의 사이버 머니인 '건전지'로 일정 금액을 지불한다. 싸이헬스는 그 수익의 일부를 콘텐츠 제작자에 준다.

회사관계자는 "헬스전문 지식을 가진 헬스클럽 운영자나 트레이너, 헬스 마니아층이 주로 UCC 동영상을 만들어 올린다. 운동에 관심 있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다"고 말했다.

동영상 포털 아우라를 운영하는 다모임도 UCC 동영상 제작자가 수익을 얻게 하는 모델을 개발 중이다. UCC 동영상을 다른 사람이 블로그나 카페로 퍼갈 때 그 제작자에 돈을 내게 하는 모델이다. 클릭이 많은 동영상에 광고를 삽입하고, UCC 제작자와 광고 수익을 나눠가지는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싸이월드는 동영상 제작 능력이 있는 개인이 기업의 온라인 광고제작에 참여하고 네티즌의 호응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네티즌들이 UCC를 이용해 물건을 팔 수 있는 길도 열렸다. GSe스토어는 지난 11일부터 동영상 상품 정보 서비스인 '쇼핑&플레이'를 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나 휴대폰으로 판매할 물건의 이용 장면 등을 촬영해 올리면 다른 네티즌들이 이를 보고 상품을 산다. 개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인 셈이다. 한 달간 시범서비스를 해 본 결과 주로 악기.의류.컴퓨터기기 등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했다.

회사관계자는 "동영상을 보고 산 고객의 환불요구는 이미지를 보고 산 고객보다 적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 개인이 만든 동영상을 수익 모델로 하는 인터넷 업체가 생겼다. 동영상 사이트 '이푸프'(www.eefoof.com)는 매월 회원들이 올린 동영상과 플래시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클릭 수를 돈으로 환산해 25달러가 넘으면 제작자에게 온라인으로 송금해준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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